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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27 역시 마라톤은 인생과 너무 닮았습니다.
  2. 2007.03.24 내가 마라톤을 좋아하는 이유
지난 일요일(2007년 4월 22일) 마라톤 풀코스에 세번 째 도전했습니다.
아름다운 코스를 찾아 달리는 것은 마라톤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이번엔 춘천의 호반마라톤을 택했습니다. 영화 '말아톤'의 형진이가 달렸던 그 코스입니다.
호반의 가로에는 화사한 벗꽃이 꽃그늘을 드리우기도 하고, 바람으로 달려와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몸을 잠시 시원하게도 해 줍니다.

요즘엔 지난 해에 비해 강의가 많아져서 여기 저기 지방으로도 다니다 보니 공연히 바쁜 일정이 돼 버렸습니다. 핑계가 된 것인지 달리기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일주일에 일요일 하만 십 몇 킬로를 달렸으니 모자란 연습이 틀림없습니다. 그래도 나는 속으로 완주는 자신있었습니다. 세번 째 완주이니 시간단축은 못해도 완주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었죠.

얼마 전 달리기 연습할 때 무릎 부상은 그런대로 거의 다 나아갔습니다. 날씨는 참 좋아서 아주 무덥지도 않고 약간 흐린 날씨여서 달리기엔 참 좋은 날씨였던 것 같습니다. 춘천의 코스는 초반 4킬로미터까지가 가장 어려운 난코스입니다. 계속 오르막길이죠. 그래서 초보자는 오버페이스를 하기 쉬운 곳입니다. 이런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오버페이스를 자제하면서 천천히 달렸습니다. 봄풍경과 호반풍경을 적당히 즐기면서 달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42.195 킬로미터의 반을 지날 무렵 지난 대회와는 다르게 조금 힘이 부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30킬로 지점은 왜이렇게 먼 것인지 좀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5킬로 단위로 설치된 음수대에서마다 물을 마시고, 10킬로마다 있는 간식도 먹고 다리도 적당히 풀고 달렸지만 힘이 모자라기 시작했습니다. 30킬로를 지난지 얼마 되지 않은 지점부터는 발걸음을 옮기기 힘에 겨웠습니다. 도저히는 더는 달리지 못해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멈추어 서서 다리를 푸는데 앰뷸런스를 내 뒤를 따라왔습니다. 속으로 창피했습니다. 앰뷸런스 자원봉사자가 나오더니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줍니다. 내가 쥐가 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냐고 물으니 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다시 달렸습니다. 천천히 통증이 점점 심해져 오는 다리를 간신히 옮기며 달렸습니다. 이번 대회는 큰 대회는 아니어서인지 풀코스 신청자가 160명 가량 되어서인지 너무 외로웠습니다. 3백미터 가량 앞에 한 사람 있고, 2백미터 쯤 뒤에 한 사람 있는 외로운 행로였죠. 솔직한 심정으로 너무 힘들고 아파서 달리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회수차량을 탈까 생각했습니다. 순간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한참을 서서 고민했습니다. 얼마간 천천히 달리는데 수지침 자원봉사자들이 있어서 손가락을 스무 군데도 넘게 사혈을 하고 다시 달렸습니다. 100리가 넘는 거리는 정말 짧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지난 대회까지 풀코스를 두 차례 완주했기 때문에 방심했던 나의 안일을 마라톤이라는 한계는 나를 꾸짖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걷다 달리다를 반복하여 운동장의 트랙을 천천히 돌아 간신히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제한 시간 4분을 남겨놓은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죠.
역시 인생과 닮았습니다, 마라톤은!  또 그렇게 힘들게 달렸는데도 달리고 나면 그 쾌감으로 멈출 수 없는 달리기 본능.

삶의 무게를 안고 매일 매일을 살아가는 나에게, 우리에게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꾸준히 연습하고 자신을 관리하면서 달리는 것이 인생입니다. 달리며 '질주본능'이란 말은 떠오르는데 하염없이 빠르게만 달릴 수 없는 그런 인생입니다. 그렇지만 풀코스의 한계도 연습에 의해 정복되었듯이 인생 또한 나의 열정과 노력으로 조금씩 순응시켜 나갈 것 같습니다. 내가 인생에 순응하고, 인생이 내 앞에 순응하여 하나가 되는 그 날까지 나는 계속 달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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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인가 마라톤을 동경했습니다.
어릴 때 몸이 약해서인지 단거리 달리기는 그런대로 빠른 편이었는데 오래달리기는 아주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중.고등학교때 800 미터와 1천 미터 오래달리기를 할 때 종종 하늘이 노래져 체육선생님이 그늘에 앉아 쉬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기억은 어릴 적 영화 '마이 웨이'의 감동에서였습니다. 손기정 선수의 애국심과 투혼도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달려보리라 생각했습니다.

2004년 가을 기회가 왔습니다. 친구가 이미 몇 년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고, 완주도 몇 번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바빴을텐데 거창한 일을 해낸 것 같았습니다. 그 친구가 참가한 마라톤대회에 가족들과 더불어 함께 응원도 가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도 나는 확실히 결심을 못하고 내년(2005년)엔 함께 달려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더가 11개월이 지난 2005년 10월초에 열린 그 대회가 한 달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친구와의 약속(내년엔 함께 달려보자는)도 있고, 내 결심을 현실화하기 위해 바로 그 날 마라톤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 날이 2005년 9월 4일입니다. 대회를 불과 한 달도 안 남긴 날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의 연습은 최대한 노력해서 10킬로미터 완주로 정했습니다. 10월 초의 대회에서 힘들긴 했지만 기분좋게 완주했습니다.

연습을 조금씩 하고, 대회에 참가하면서 연습을 시험하면서 나는 마라톤의 참맛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는 듯합니다. 마라톤이 인생, 커리어와 참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마라톤이 좋습니다. 그런대로 평탄하기도 하다가 무릎의 통증이 심해지기도 하고, 약간 오베페이스를 하면 턱턱 차오르는 심장이 벅차기도 합니다. 다시 속도를 늦추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으면 그런대로 달릴 수 있습니다. 거리가 10킬로 이든, 하프이든, 풀코스이든 원리는 같습니다. 다 달리고 난 후 그런 묘한 쾌감이 있습니다. 즐겁고 고통스럽고 견딜만하고 기쁘고 행복한 달리기는 우리 인생의 마디마디와 참 닮았습니다.

제가 직업으로 종사하고 있는 커리어의 세계 또한 변화가 무쌍하고 힙겹고 고비들이 많습니다. 많은 분들의 커리어를 접하고 발견하는 교훈이 있습니다. 최소한 50년을 일하는 요즘의 커리어는 마라톤을 달리는 원칙과 너무 닮았습니다. 초반에 잘 달려진다고 오버베이스하여 얼마 못가서 힘겨워 하는 사람, 초반에 출발점부터 힘겨워서 그만두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35킬로 미터 지점에서 한계를 넘지 못하고 포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마라톤을 좋아합니다. 내가 커리어와 인생을 공부하고 깨닫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픈 만큼 마라톤에서 배우기 때문입니다. (c)서형준코치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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