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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6 나이를 잊은 학문에의 열정

 
 
이틀 전 모대학 인터넷 신문에서 우연히 발견한 기사입니다.
사건.사고와 좋지 않은 뉴스들이 가득한 사회이지만, 가끔 조용하게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기사는 만학을 꿈꾸는 50대 여성의 꿈과 생활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학우"란 말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블로거 주)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한 글자라도 놓칠세라 누구보다 꼼꼼히 받아적는 학우가 있다. 빼곡이 필기한 노트를 들고 집에 가서 다시 워드로 정리하며 그날 배운 것을 되새겨본다는 52세의 양정숙(국문·2)씨. 수업을 같이 듣고 있는 학우들보다도 나이가 많은 아들을 둔 어머니이자 대학생으로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양정숙씨를 만나 대학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낮았던 시절, 양정숙 씨는 대학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학구적인 탐구심과 호기심이 넘쳤던 그녀는 늘 공부에 대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몇 년 전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며 쉬지 않고 공부하던 그녀에게 남편이 쉬엄쉬엄하라며 책 한권을 건넸다. 양정숙씨는 “책을 펼쳐든 순간 남편 친구의 부인이기도 한 작가의 화려한 약력에 눈길이 먼저 갔다”며 “대학을 못 간 것이 항상 콤플렉스처럼 여겨졌는데 그것을 보자 내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남편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고 대학진학을 권유했다. 남편의 권유에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잘 할 수 있을까 망설이는 그녀에게 아들도 “미국에서는 60~70대도 대학에 다니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힘을 보태주었다. 양정숙씨는 가족들의 따뜻한 응원에 힘입어 입시공부에 매진했고 지난해 우리대학 국문과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했다. 양씨 가족은 학업을 위해 김포에서 연희동으로 이사했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날이면 남편은 그녀를 배웅해준다.

어떤 사람은 여행하고 좋은 음식 먹으며 즐길 나이에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말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양정숙씨는 “대학생활을 통해 지적 쾌감을 느끼는 것이 내 나름대로 젊고 건강하게 사는 법이라고 생각했다”며 미소 지었다. 가사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힘들지는 않은지 묻자 그녀는 “동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부하는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하루하루 즐겁다”며 학문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국문과 동기(?)들도 그녀의 대학생활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준다. 양정숙씨는 “집에 가면 남편에게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며 “동기들이 스스럼없이 대해줘 대학생활이 한층 수월하다”고 고마워했다. 끝으로 동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녀는 손수 쓴 시와 사무엘 얼만의 ‘청춘’이란 시의 한 구절을 보여줬다. “동기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건설적으로 보냈으면 해요” 그녀가 내민 두 편의 시에는 인생선배로서 동기들을 향한 진심어린 조언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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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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