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이 넘은 제2금융권 CEO의 불안을 접했습니다.
며칠 전 친구, 선후배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참 추운 날이었습니다. 도시의 식당으로 진입하는 그 잠깐의 도보 길에도 찬바람이 매섭습니다.

한 친구의 친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친구는 제2금융권의 CEO로 하였습니다. 액수를 정확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연봉 2억은 족히 넘을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나의 친구 Y에게 요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더랍니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일해 왔다. 나름대로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아왔다. 그런데 요즘 너무 불안하다. 해마다 CEO들도 평가를 받는다. 성과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사실 말이 좋아 CEO지 언제 해임당할지 모르는 신세다. 금융기관 CEO에게 이런 고민이 있을 줄 부하직원들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이 누가 알겠는가. 만일, 이 상태로 퇴직금 받아 직장을 나오게 되면 내가 무엇을 하고 살겠는가.

이런 요지였습니다.

나는 내 친구의 그 CEO 친구에겐 빠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늦지도 않은 자신에 대한 성찰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어느 때이건 우리는 자신의 삶과 일, 커리어의 단면을 살펴야 합니다. 더불어 그동안 유지, 발전시켜 온 자신의 그것을 성찰해야 합니다. 그 CEO 친구는 그 좋던 골프도 싫어지고, 자신의 앞날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이제 곧 깨달음을 시작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CEO들은 그에게 주어진 큰 권한과 책임의 부산물인 몇 가지 명예를 지나치게 즐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닥쳐올 이 세기와 변화의 쓰나미를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타산지석이라고 했던가요?
입지전적인 성공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과 실패한 사람들의 고난에 찬 인생역경으로부터 배우는 것입니다. 얼마 전 KT에서도 6천여 명에 대한 명예퇴직과 올해 들어 임원급 3백여 명 가운데 1백여 명에 대한 권고사직과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1997-1998년 IMF 환란 당시를 방불케 하는 인사파동입니다.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IMF 이후 우리 기업들은 부드럽게 구조조정을 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고용시장의 한 추세가 된 것입니다. 직업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이런 사례를 많이 접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현재의 안정과 성장에 누운 채 다가오는 쓰나미를 대비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언제나 늦은 것은 아닙니다. 더 빨랐으면 좋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어떤 바람과 물결, 변화에도 거뜬히 자신의 삶을 경영해 나갈 능력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서형준
,


2008년이 가고 기축(己丑)년 새해 2009년이 밝았다. 새해의 시작이 따뜻한 봄날이었으면 좋을 텐데 올해의 시작도 여지없이 한겨울 복판에서 시작되었다. 한 해의 끝과 시작이 왜 가장 추운 겨울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을까?
언제나 희망으로 시작하는 한 해는 1년 동안 지치고 낡은 해가 된다. 1년의 세월은 우리 사람들에게 많은 에너지와 지혜를 주느라고 지치게 된다. 버리고 가야 할 낡은 것들이 많아진 것이다. 낡은 해의 찌꺼기들이 추운 겨울을 건너지 못하기 때문에 새해의 시작이 겨울의 한복판에 자리한다고 한다.
새날의 시작도 가장 깊은 한밤중에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는 해를 보내고 새해 첫날을 맞으며 추운 거리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도 한다. 가장 춥고 어두운 때 새해와 첫날이 시작되는 것이다. 낡은 해는 무거우니 겨울을 건너지 못하고 사라진다. 지난해와의 완전한 작별이야말로 새해 새날을 맞는 우리의 각오로 할 만하다.

작심삼일인 까닭

해마다 작심삼일을 한탄하는 소주잔 부딪히는 소리와 탄성이 들린다. 작심삼일은 지난해와의 철저한 결별 없이 세워진 마음 때문일 것이다. 바탕이 깨끗하지 않아서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 이치와 같다. 깨끗한 마음에 새긴 새로운 각오가 아니어서 흐려지기 쉬운 것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것이 좋다는데 올해는 작심하지 않는 것도 괜찮겠다.
대신 지난 해와의 철저한 결별을 해보면 어떨까.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누구나 아쉬움이 남는다. 고통스러운 기억들과 어려웠던 순간들이 스쳐간다. 하반기에서 세밑으로 올수록 어두운 기억이 지배한다. 새해를 시작하며 고통과 어려움을 잊어버리는 것은 지혜로운 자세이다. 하지만, 고통과 어려움을 잊지 않는 것은 더 큰 용기이다. 한 해를 열면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잊고, 무엇을 간직할지 생각해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신선한 시작이다.

 

위기의 경제, 위기의 직장인

 2007년 후반기 미국을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1년 만에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경제주체마다 체감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97년 경제위기 시기에 못지않은 징후들이 보인다. 기업파산, 인원감축, 가계부채 증가, 임금삭감, 실업, 고용 대란 예고는 낯선 소식들이 아니다. 자본주의 최고의 경제학자, 금융공학자들이 막지 못한 것을 우리 각자가 막을 순 없다. 강도예측 불능의 쓰나미급 경제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이번 위기가 아니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위기는 언제 어디서부터이건 반드시 온다. 피해보려고 노력하지만 피할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이다.

 

위기경영 시대

위기가 상시화된 오늘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열심히 일해온 직장인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나갈 것인가? 일시적으로 피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채택할 전략은 위기를 경영하는 것이다. 회사는 회사대로 위기를 경영한다.
우리 각자가 위기를 경영하는 방법은 먼저 위기상황을 인식하는 것이다. 위기를 증오하지 말고 이해하고 친해지는 것이 좋다. 그 다음 자신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성찰하는 것이다. 새해를 맞는 마음처럼 버릴 것 버리고, 간직할 것을 간직하며 나아간다. 진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세운다. 장기적인 목표에 따라 올 한해 성취할 작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운다. 글로 쓰고, 기한을 정해야 진정한 목표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들을 리스트로 만든다. 리스트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그리고 실행한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위기는 기회의 성난 모습일지 모른다. 위기의 다른 이름 기회는 준비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경영되어야 한다. 회사도, 개인도, 커리어도, 가정도 그리고 위기도 경영되어야 한다. 위기를 경영하는 CEO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Evil() 뒤집으면 Live(산다)

영어단어에 ()을 뜻하는 evil이란 단어를 뒤집으면 Live가 된다. 위기일수록 산다는 것이 아름답게 돋보이는 것이다. 각자가 뛰어난 인재이고,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라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휘할 것이다. 동료 간, 부하와 상사 사이에 심장을 오가는 경청과 배려는 각자의 힘을 몇 배로 강화시켜 주는 힘이 된다. 불황타개를 위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제시하는 전략 방향은 간단하다. 불황기는 우리를 차별적으로 인식시킬 기회이다. 불황기일수록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라.고 제시한다. 이것이 위기를 경영하고, 위기를 다루는 장기적인 관점일 것이다.

새해이다. 위기 속에 빛나는, 일하는 사람의 멋진 행진이 한껏 기대되는 한 해이다. (현대산업개발 사보 2009년 1월호에 기고한 글)

Posted by 서형준
,
Q.

공대 예비 졸업생입니다. 한창 입사원서를 쓸 때인데요, 과의 특성상 입사 후 팀 활동을 한다든지, 여럿이 모여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지원한 곳에 전부 합격을 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서류 합격 상태인 두 곳을 두고 고민 중인데요. 한 곳은 개인적인 업무가 주인 연구팀이고, 또 한 곳은 일반 영업직입니다. 연구팀보다 영업직의 회사 평판, 복지, 사내교육, 연봉 등이 좋은 편입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연구팀에 합격한 회사보다 좋아요. 그런데 제가 워낙 단체생활에 적응을 못 하는 성격입니다. 입사 후에도 이 부분이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그래서 둘 중 어느 곳에 가야할 지 고민됩니다.

A.

대학내일 444호 표지

www.naeilshot.co.kr


적성 vs 회사의 조건, 그 선택의 갈림길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두 회사나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걸 축하합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경우에도 고민은 있을 수 있죠? 바로 선택의 문제입니다.
한 회사의 업무는 연구팀이고, 다른 회사의 업무는 영업직인 경우입니다. 요약하면 자신의 적성에는 연구팀에서 근무할 회사가 맞고, 회사의 평판, 복리후생, 연봉, 사내교육 등은 영업직에서 근무할 회사가 좋은 경우입니다. 

직업과 회사선택의 원칙과 순서 

우선, 직업이나 회사를 선택할 경우의 일반적인 원칙을 알아보겠습니다. 

① 자기분석과 성찰

자신의 의지와 적성이 가장 우선되어야 합니다. 가장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자신의 적성이 단순한 성격적 특성이 아닌 의지가 담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또한, 미래에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바로 이러한 과정들이 자기분석과 성찰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② 업무의 선택

첫 번 째 과정인 자기분석과 성찰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것이 자기가 하고 싶은 업무분야입니다. 연구분야, 영업분야, 마케팅.홍보분야, 인사분야, 회계분야 등과 같이 주요한 업무의 성격에 따른 자신의 선호도를 말합니다. 

③ 산업분야의 선택

자신이 일하고 싶은 산업이나 업종분야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물론 산업분야는 순수한 적성과 관련되는 것보다 미래 유망한 산업, 유력한 업종 등과 긴밀한 관계에 있습니다. 

④ 회사의 선택

산업 또는 업종을 선택한 기초 위에서 자신이 지원할 만한 회사 가운데 한 개 혹은 그 이상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평판, 근무조건, 복리후생, 자기계발 지원 등에 기초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입사지원자들이 실제로 지원할 회사와 직무분야를 선택해서 지원할 때 이러한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선택의 순서와 방향은 위의 방향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사안의 경우 공대생으로서 연구부문과 영업부문의 적성의 차이는 상당히 큰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이 순서를 차분히 밟을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의 회사일지라도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 선택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자신의 열정을 찾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참고하세요. 고맙습니다. (끝)   (대학내일 444호. 2008. 11. 10~ 11. 16)


Posted by 서형준
,
조직 내 침묵 현상(Organizational Silence)이란 리더 혼자 이야기를 하고 구성원들은 조용히 듣고만 있는 현상을 말한다. 직장에서 우리는 구성원들의 침묵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를 '으레 그런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곤란하다. 그러기에는 침묵의 폐해가 상당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침묵은 구성원간 아이디어 교류를 차단시킴으로써 협력을 통한 창조적 결과 창출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리더의 계획이나 의도가 부하 직원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못하게 하여 실행이 잘못 일어나게 할 뿐 아니라 구성원 냉소주의 만연이라는 문제도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왜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일까? 구성원 침묵의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우선 ① 감정 손상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회피 ② 말을 해봤자 반영되지도 않는다는 무기력감 ③ 소신 있게 이야기했다가 대다수의 구성원에게 왕따가 될 것 같은 두려움 ④ 괜히 틀렸다가 리더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⑤ 윗사람에 대한 복종과 침묵이 미덕이라고 여겨졌던 우리의 사회문화적 특성 등이 그것이다.  
  
침묵을 깨고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리더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리더들은 자기 과신에서 벗어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은 쌍방간의 활동이므로 부하 직원들 역시 지혜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익히고, 무조건 복종하는 예스맨을 지양하며 주인의식 또한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Ⅰ. 입 다무는 구성원, 쇠퇴하는 조직 
Ⅱ. 구성원 침묵의 이유 
Ⅲ.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방안
 
 


  
조직 생활을 하면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를 꼽자면, 리더는 혼자 말하고 구성원들은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다가 간혹 리더가 답답한 듯 “왜 대답이 없어?”라고 호통이라도 치면, 눈치를 보던 구성원들 중 한두 명이 적당히 대답을 하며 상황을 마무리 짓곤 한다. 이렇듯 주로 리더 홀로 이야기 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조용히 듣고만 있는 현상을 ‘조직 내 침묵 현상(Organizational Silence)’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많은 조직에서 ‘침묵’이라는 현상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으레 그런 것’으로 생각해 왔던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A 기업 입사 동기들 중에는 아이디어가 많은 톡톡 튀는 인재들이 몇몇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살펴 보니, 소신 있게 의견을 개진하던 이들은 임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조용히 참고 견딘 사람들이 임원이 되더라는 것이다. 참고 견디며 침묵하는 것이 직장 생활의 요령이라면, 과연 이런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구성원들의 침묵을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 들이기에는, 이러한 현상이 조직에 미치는 폐해가 적지 않다. 본 고에서는 침묵에 따른 문제점과 함께, 무엇이 구성원들을 침묵하게 만드는지 그 원인 및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방안들을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Ⅰ. 입 다무는 구성원, 쇠퇴하는 조직
  
 
절에는 스님들이 말을 하지 않는 ‘묵언 수행’이라는 것이 있다. 묵언 수행은 너무 쉽게 내뱉는 말을 통해 나도 모르게 짓게 되는 온갖 죄업을 피하고, 마음을 정화하는 목적에서 이루어진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내뱉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로 침묵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이야기를 꺼내기 전,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정리하여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분명 일정 시간의 침묵은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침묵이 일상화된다면, 즉 단지 잠시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의도적으로 자기 의견을 표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분명히 매우 위험한 신호다. 침묵이 조직에 미치는 폐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 내에 집합적 창의성(Collective Creativity)이 발휘되기 어렵다. ‘집합적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것은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한 사람이 고민하는 것보다 더욱 창조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에서 집합적 창의성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 입장에서 무엇보다 더 필요한 것은 ‘새롭고 차별화된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한 사람의 탁월한 천재를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기업에 있어 그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전세계적으로 그렇게 탁월한 천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기업들이 ‘천재’에서 눈을 돌려 ‘집합적 창의성’이 발휘되는 조직 구축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식 경영 분야의 대가인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는 그의 저서 ‘지식 창조 기업(Knowledge Creating Company)’에서 ‘앞으로는 각 개별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융합(Converge)시켜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창출해 내는 조직 체계를 만드는 기업만이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합적 창의성이 발휘되는 프로세스는 크게 4단계로 구성된다(<그림 1> 참조). 
 

그 첫째 단계는 바로 표출(Externalization)이다. 즉, 각 구성원이 자신의 지식을 다른 구성원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하여 전달하는 단계다. 이 과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집합적 창의성이란 발휘될 수가 없다. 침묵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침묵은 표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로, 구성원들간의 대화를 단절시켜 서로의 아이디어가 교류될 기회 자체를 원천봉쇄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조직은 각 개인의 지식 수준에 의존해야 할 뿐, 보다 나은 해결책과 성과를 창출해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둘째, 리더의 계획이나 의도가 부하에게 명확히 전달되기 어렵다. 이 경우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것은 고사하고 리더의 계획/의도에 따른 실행조차 제대로 안될 수도 있다. 리더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 부하들은 질문을 통해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질문을 하기보다는 조용히 혼자 추정하여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A사의 한 임원은 “다들 열심히 적고 있길래 내 말을 다 알아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전혀 엉뚱한 일을 해 놓은 걸 보곤 황당했다”라며 침묵 현상으로 인해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B사의 또 다른 임원은 “내 밑의 부장한테 분명히 내 의도를 제대로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밑의 과장급은 전혀 다르게 이해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라며 자칫 잘못하면 조직 운영이 리더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이코노믹 리뷰가 코칭 전문기관인 CMOE 코리아와 공동으로 리더급과 팀원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리더와 부하의 인식은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만큼이나 달랐다고 한다. 상호 인식의 차가 계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잘못된 실행에 따른 시간 및 자원 상의 불필요한 손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셋째, 구성원들의 냉소주의(Cynicism)를 확대 재생산시킨다. 냉소주의란 구성원들이 조직/일에 대한 열정이나 주인 의식을 잃고 반감을 갖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침묵은 그 자체가 사람에게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화에서 보듯 말 못하는 스트레스란 울화병으로까지 치닫기도 한다. 사실 구성원들이 침묵하는 것은 할 말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말을 못하고 있거나 안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표현하고 싶은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억누르면 스트레스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스트레스가 심해지게 되면 “왜 내가 이 조직에 충성해야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조직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반감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적당주의’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저 수동적으로 적당히 일처리를 하게 될 뿐 아니라, 조직 내 불합리한 일이나 경영 상의 위험 등 각종 문제들을 알고 있더라도 ‘어차피 내가 직접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닌데’라며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결국 조직의 전체적인 생산성 저하는 필연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Ⅱ. 구성원 침묵의 이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성원의 침묵은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구성원의 침묵 조짐이 보인다면, 그들이 침묵하게 되는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대체 왜 구성원들은 굳게 입을 다무는 것일까? 침묵이 나타나게 되는 대표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기분 나빠서 말 안하고 만다” 
 
첫째, 커뮤니케이션 상에서 받게 되는 감정적 손상이나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 침묵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떨어질 경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회의 시 팀원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 발언을 했을 때, ‘넌 그것밖에 생각을 못하니’라고 말한다든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건 아냐’라고 소리를 치거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준다든지, 또는 ‘아무 생각도 없어?’라고 몰아붙이는 경우 구성원들은 모욕감이나 무시 받는 기분을 느끼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러한 소모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부정적 피드백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발생하여 결국은 말을 하지 않게 된다. 말을 하면 할수록 회의 시간만 길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욱 커지니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말을 안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말할 때 칭찬이나 인정 등 내가 기대한 만큼의 보상이 나타나줘야 하는데 보상책이 기대 이하로 나타나게 되면 굳이 내가 말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껏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제공했는데 그 자리에서는 아이디어를 비판하거나 무시하고, 나중에 리더가 그 아이디어로 보고를 하면 구성원은 아이디어 제공자로서의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억울함만을 느끼게 된다. 이 경우 결국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내놓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게 된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정 상하느니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심정으로 말을 않고 결국에는 리더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형식적으로만 맞장구를 쳐주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2. "소 귀에 경 읽어봤자 입만 아파” 
  
둘째, 말을 해 봤자 반영도 안되고 바뀌지도 않는다면 구성원들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말을 하지 않게 된다.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란, 내 의지로 통제나 제어가 안된다고 생각하여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는 상황을 말한다. 서커스단에서 키워진 코끼리의 예를 들어보자. 서커스단은 아기 코끼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쇠사슬로 묶어 놓는다. 이때 아기 코끼리는 자기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쇠사슬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이후 아기 코끼리가 커서 쇠사슬을 끊을 수 있는 코끼리로 성장하더라도 더 이상 도망갈 생각도 않고 쇠사슬에 얌전히 묶여 있는다고 한다. 어렸을 때 '내 힘으로는 쇠사슬을 끊을 수 없다'는 학습된 무기력이 내 의지로 쇠사슬을 끊을 수 있는데도 시도조차 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애써 아이디어를 얘기했는데, 리더가 열심히 듣고 나서도 전혀 반영을 하지 않는 행동이 반복되면 부하 직원들은 ‘말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그냥 말하지 말자는 행동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사 스스로가 ‘내가 부하 직원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특히 고학력자인 상사들은 자신의 지식과 전문성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되고, 따라서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하찮게 여기는 경향들이 발생할 수 있다.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자기 생각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자존심이 강한 리더들은 내 의견과 다르거나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하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면, 마치 '내가 부하 직원에게 졌다'는 생각에 자존심의 상처를 입게 된다. 신입사원들이 의견을 내면 ‘신입사원이 뭘 알아~’라며 제대로 경청하지 않는 현상도 종종 나타난다. 이런 경우 단지 듣기만 하되 올바른 경청은 일어나지 않게 되고, 결국 구성원들은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3. "소신 있게 말했다가 왕따되면 피곤하다” 
  
셋째, 왕따나 조직 내 이단자로 찍히는 것이 두려워서 말을 안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은 우선 뿌리깊은 조직 논리가 형성되어 조직 이기주의가 발생하게 된 데 있다. 조직 이기주의는 조직 내부의 논리를 우선하게 되어 새로운 환경 변화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 결과 관성에 젖어 타성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성공 체험에 매몰되어 전례만 중시하는 조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조직 논리에 익숙해져 변화 없이 편하게 안주하려는 습성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조직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 구성원들은 조직 논리를 깨는 이야기를 하는데 상당한 위험을 안게 된다. 전례가 없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직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고 전례를 부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새롭게 변화하고 움직여야 하는 귀찮은 제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신 있게 이야기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놈’이나 ‘조직 이단자’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구성원들은 ‘내가 침묵하고 기존 조직 논리에 묻어가기만 하면 회사에서 문제 없이 지낼 수 있고 안정적인 수입도 들어올 수 있다’는 편안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왕따에 대한 두려움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동조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동조 현상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의 예를 보자. 심리학자인 Asch는 하나의 막대기를 제시하고 이어 길이가 각기 다른 세 개의 막대기를 제시한 후 처음 제시한 막대기와 동일한 길이의 막대기를 알아 맞히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그림 2> 참조). 실험은 약 7~9명이 참가하여 원탁에 둘러앉도록 하고, 진짜 실험 대상자는 제일 마지막 자리에 앉혔다. 진짜 실험 대상자를 제외한 다른 참가들에게 일부러 동일한 오답을 말하게 한 후, 진짜 실험 대상자가 어떻게 대답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평균적으로 3명 중 1명이 앞서 참가자들이 답한 오답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이들은 답이 틀렸음을 뻔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의 잘못된 견해에 동조한 것이다. 이때 집단의 압력이 강해지면 이보다 더 높은 비율로 자신의 뜻과 맞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단 압력에 굴복하게 된다고 한다
. 집단에서 인정 받고 싶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는 동조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정서적 유대가 강한 내집단(In-group)에서 동조 현상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집단 속에서 관계적 갈등을 형성하게 되면 결국 나만 피해자가 된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은 대다수의 의견에 대한 비자발적 동조를 침묵을 통해 표출함으로써 집단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4. "괜히 틀리게 말했다가 부정적으로 평가를 받느니…” 
  
넷째, 상사에게 내 본연의 능력보다 더 안좋은 평가를 받게 될까봐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자 노력한다(Impression Management). 특히 조직은 실력이 곧 좋은 인상이기 때문에 평가권을 지니고 있는 상사에게는 똑똑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회의 석상에서 잘못된 의견을 내거나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의견에 대해 공격을 받으면 상사에게 부정적 고정관념을 형성하고 평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까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은 회의의 분위기나 상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있다. 즉 서로의 아이디어를 북돋우며 칭찬하는 분위기가 아닌, 아이디어를 바로 비판하고 평가해 버리는 회의 분위기에서는 구성원들이 오히려 침묵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상사가 ‘누구는 틀렸고 누구는 맞았다’고 회의 석상에서 바로 개인별 평가를 하거나 이러한 평가를 공공연하게 말할 경우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못하게 된다. 특히 상사의 전문성이 상당히 뛰어나 내가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논쟁해서 이길 자신이 없을 경우 섣불리 이야기했다가 ‘틀렸다’고 지적 받고 부정적 고정관념을 형성하느니, 차라리 말을 안하고 상사의 의견에 고개나 끄덕이며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면 중간이나 갈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만약 상사가 포함되어 있는 내집단(In-group)에 속하지 못하고 외집단(Out-group)안에 속해 있다면, 침묵은 더욱 강화된다. 내집단 사람들끼리는 서로 관대하게 평가하고 친근함의 강도가 높지만 외집단 사람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히 내집단 안에 포함되지 못한 구성원들은 상사에게 괜히 내 의견을 말했다가 평가가 왜곡될 위험을 감수하느니, 동조하진 않더라도 내 의견을 참고 상사 의견에 그저 맞춰주는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5. "윗사람에 대한 복종이 미덕…” 
  
이 외에도 말을 아끼고 침묵하는 것이 미덕이자 예의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사회문화적 특성도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상대가 누구든 커뮤니케이션 할 때 침묵을 하면 이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위로 인식하고 이를 매우 무례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는 어른들에게 말대꾸하는 것이 매우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배워왔다. 그 결과 어른의 의견에 동조하지 못하더라도 말대꾸를 하지 않고 무조건 복종을 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수직적이고 윗사람에게 복종해야 하는 우리 사회문화적 특징들이 조직에서는 반드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조직 변화를 보면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고, 나이와 관계 없이 실력을 갖춘 자가 우대 받고,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표현 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사회문화적 미덕에 젖어 있던 구성원들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의 아이디어에 반론을 제시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다. 또한 윗사람은 여전히 권위적인 태도를 가지고 아랫사람들이 말대꾸하는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경향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직은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며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분위기를 요구하지만, 여전히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가치관들은 구성원들이 입을 다물게 만드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Ⅲ.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방안
 
   
커뮤니케이션이란 기본적으로 쌍방향적인 활동이다. 어느 한 쪽이 침묵하고 다른 한쪽만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없다. 의미 있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위자인 리더와 구성원들 모두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침묵을 깨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위해 리더와 구성원들이 해야 할 노력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리더의 변화가 먼저다 
 
변화의 물꼬는 리더가 먼저 터야 한다. 리더들은 ‘왜 항상 리더에게만 뭐라고 하느냐’라고 불만을 토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더 본인의 변화 없이는 조직의 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조직에서 모든 의사결정의 키는 리더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리더부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① 자기 과신에서 벗어나라 
 
먼저 리더들은 자신이 ‘자기 과신(Inflated Self-Perception)’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자기 과신이란 대다수의 상황에서 ‘내 판단이 옳다’라고 확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확신은 리더들로 하여금 인내심을 잃게 만든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부하들의 말을 듣다 보면 짜증부터 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바빠 죽겠는데, 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하의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그건 아니야.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나 해”라는 말이 불쑥 튀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 시점부터 부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절되게 된다.  
 
리더들은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부터 가져야 한다. 부하들이 자신보다 경험이나 연륜이 부족하지만, 그들의 새롭고 참신한 시각을 통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들을 마음 자체가 생길 수 있고 부하들과의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이러한 인식(Perception)상의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리더들이 끊임없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 없이 행동의 변화만을 추구할 경우 리더 본인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여 장기간 지속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진실된 감동을 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 과신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타인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자신의 진실된 모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360도 평가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면전에서 직접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은 가능한 모든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보통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해서는 받아 들이기보다 “나에 대해서 무얼 안다고 그런 식으로 나를 나쁘게 평가해”라며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을 보여서는 자신에 대한 반성을 기반으로 한 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다. 물론 본인의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겠지만, 오늘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개선을 통해 더 나은 모습으로 성숙해질 수 있다는 장기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둘째, 코칭을 받는 방안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모습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는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반추해 볼 수 있고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 개선 방안을 실행해 나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팁(Tip)들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 중 하나다. 코칭의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시간을 내어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받고 개선 정도를 지속적으로 체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주기적인 상담이 아닌 일회성 코칭은 그다지 높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한 심리상담 전문가는 “특정한 상황에서의 대처 요령, 행동 방법 등에 대해서는 한 두번 만나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답을 얻을 수 있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인식, 가치관의 문제를 다루는 사안에 대해서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씩 만날 경우, 보통 6개월 이상 걸린다고 봐야 한다”라며 보다 주기적이고도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②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리더가 부하들과 대화를 지속할 마음을 갖더라도, 적절한 스킬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쌍방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란 어렵다. 예를 들어 갑작스레 버럭 화를 낸다든가 비난을 한다면 부하들은 더 이상 말을 잇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리더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 큰 소리도 못 내느냐. 화를 낸 게 아니다. 그 정도에 대처도 못하면 조직 생활 어떻게 하느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리더의 호통 소리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부하란 흔치 않다. 결국 가능한 많은 구성원들과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류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보다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체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리더들은 부하들과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잘해야 한다. 첫째, 질문과 경청이다.  
  
이는 상대의 말하는 바와 그 논지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 대화를 하려면 일단 상대의 견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앞의 몇 마디만 듣고 부하가 말하려는 내용을 속단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는 반드시 “당신 의견은 ~~~ 하다는 것이죠?”라며 상대방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래야 상호간 명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상대에게 ‘아, 리더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구나’라는 신뢰감을 더해줌으로써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부하의 견해에 대한 비난보다는 함께 개선하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부하 직원이 말한 내용에 논리상 허점이 있더라도 이를 지적하며 ‘당신이 틀렸다’고 비난(Criticize)하지 말고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개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옳고 그름을 가리는 비난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경우 부하들은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라며 자신을 방어하기에 바쁠 것이고, 리더나 부하 모두 감정만 상한 채 더 나은 대안 없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때문이다. C사의 한 임원은 “부하 직원들이 보고를 할 때 마음에 안들어서 왜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했어?라고 따지듯 물으면 다들 당황해서 변명하기에 바쁘더라”라며 상호간에 도움이 되는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과거의 잘잘못을 가리는 방식의 이야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패턴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은 리더의 전문 지식 및 현장 지식 부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하 직원에게 개선을 위한 적절한 코멘트를 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비난을 하거나 심지어는 화를 내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이 경우 부하 직원들은 ‘문제가 있는데, 그래서 우리보고 어쩌라고?’라는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리더들은 전문 지식과 현장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셋째, 리더들은 대화 중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부하들의 견해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화가 나더라도 이를 그 자리에서 바로 표현해서는 곤란하다. 리더가 화를 내게 될 경우 대화 분위기 자체가 싸늘해져 더 이상 이야기가 진행되기 어렵다. 화를 내는 사람에게 대꾸해 봐야 역효과만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하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사람의 감정은 주로 얼굴 표정, 목소리 톤(Tone), 동작의 세 가지를 통해 표현되는데 리더들은 이 세 가지 모두를 동시에 통제해야 한다. 나름 완급 조정을 위해 얼굴 표정을 적절히 관리하더라도, 목소리 톤이 좋지 않거나 신경질적인 동작을 보이면 오히려 부하들은 ‘언제 터질지 몰라’라며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서 전전긍긍하게 되어 있다. 리더들은 대화 중 부정적인 감정이 전달되지 않도록 자신의 외적 상태를 스스로 잘 관찰하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넷째, 구성원들의 성격/성향을 알고, 그에 따라 맞춤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간혹 리더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성향을 구성원들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지시적인 리더는 부하 직원에게도 항상 빨리 말할 것을 요구하고 짧고 명쾌하게 이야기하라고 강조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성격과 성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려면 리더들은 획일적인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구성원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스킬을 갖추어야 한다(<표> 참조).  

 
③ 사실(Fact)에 근거한 평가를 해야 한다 
 
리더들의 인식의 변화, 커뮤니케이션 스킬 학습 등도 중요하지만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리더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하느냐’이다. 리더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결국 부하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평가와 이에 따르는 보상이기 때문이다. 상하간 커뮤니케이션을 잘해 보려고 리더가 갖은 노력을 기울였더라도 ‘결국 말 한마디 잘못하면 찍히게 되더라’라는 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리더의 모든 노력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소문이 나면 부하들은 아예 상사를 가급적 직접 만나지 않으려 들 수도 있다. 만나서 괜히 실수해서 찍히는 것보단 차라리 만나지 않고 추후에 성과만 가지고 평가를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숨어서 지내는 것이 ‘중간’ 정도로 ‘길게’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리더는 무엇보다 사실(Fact)에 근거하여 평가를 해야 한다. 부하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그 실제적인 활동 및 성과를 기반으로 평가 및 피드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하로 하여금 ‘내가 상사와 견해가 달라 설령 밉보일지라도, 평가는 사실에 근거하여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해줄 것이다’라는 최소한의 믿음을 갖도록 해 줘야 한다. 그래야 부하들이 상사와 커뮤니케이션 할 때 불안감 없이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특히 리더는 ‘듣기 좋은 말’을 잘하는 부하들을 평가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자기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인사 평가에까지 반영이 되어선 곤란하다. 이 경우 아첨꾼들은 자기 세상을 만난 듯 리더에게 아첨하는 데 바쁠 것이고, 아첨을 못하는 사람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이다. 리더라면 자신의 평가가 구성원들의 인식과 추후 언행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좀 더 신중히 생각하고 평가에 임할 필요가 있다.  
 
④ 상징적인 언행(Symbolic Action)도 중요하다 
 
리더는 평소 언행을 통해 ‘나는 사람을 볼 때 얼마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나 관점을 보여 주느냐를 중시한다’는 것을 구성원들에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새롭게 평가 항목을 만들고 공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보다 더 영향력 있는 것은 본인이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리더는 참신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자기만의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에 대해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칭찬해 주고, 때로는 ‘여행 상품권’이나 ‘하루 휴가’ 등의 소소하지만 구성원들이 좋아할 만한 방식의 보상을 해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동시에 틀린 의견이나 논리가 미흡한 이야기를 한 사람에 대해서도 타박하지 않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라며 웃어 넘길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언행을 통해 리더는 암묵적으로 ‘조용히 침묵하는 사람보다는 아예 엉뚱한 이야기를 할지라도 한 마디라도 말을 더 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이 때 유의해야 할 점은, 구성원들에게 억지로 말하라고 강요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강요하면 무리수가 나기 마련이다. 말을 막 배우려는 아이에게 “너 왜 말 못해, 옆집 애는 말을 잘하던데”라고 다그치면, 말을 더 못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저 자신이 ‘말하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모습만 확실히 보여 주면 충분하다. 
 
⑤ 존칭을 써라 
 
이 외에, 가급적 상하간 존칭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말은 존댓말과 낮춤말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상사는 보통 부하에게 낮춤말을 쓰고 부하는 상사에게 존댓말을 쓴다. 이러다보니 어느 정도 상사는 부하 위에서 명령하고 지시하는 존재처럼 자연스럽게 인식되기도 한다. D사의 한 임원은 “상사와 회의를 할 때 영어로 하면 내 의견을 끝까지 다 듣고 합리적으로 대화를 하는데, 우리나라 말로 하면 상당히 권위적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 영어로 대화를 한다”며 언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패턴이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리더가 존칭이 아닌 낮춤말을 쓸 경우 무의식적으로 위계 관계로 인식하게 되어 부하들이 상사에게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행동 그 자체를 ‘부적절’한 것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리더와 부하간에 항상 존칭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공식적인 회의나 미팅 장소에서는 쌍방간 존칭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부하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조직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서는 리더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이와 함께 부하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리더 홀로 동분서주해 봐야 적절히 대응해줄 수 있는 부하들이 없으면 그 모든 노력은 무위에 그칠 따름이다. 부하들에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살펴 보도록 하자. 
 
① 지혜롭게 말하는 법을 배워라 
 
부하들 역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보다 효과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와의 커뮤니케이션 시에 자꾸 감정이 상한다는 이유로 입을 닫아버리면 결국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부하 스스로도 리더와 대화를 할 때 갖춰야 할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적절한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즉 조직 분위기상 리더들이 부하에게 기대하는 말투와 태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리더의 의견을 반박할 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하게 리더들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어 오히려 일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E사의 한 임원은 “똑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 그 이치를 잘 모르거나 배우질 못해서 많은 사람들이 리더에게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지 못하곤 한다”라며 적절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이 임원은 자신의 견해를 상사에게 밀어 붙이다가도 상사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자리에선 절대로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상사의 화가 가라 앉았겠거니 싶을 때 다시 찾아가서 “이렇게 한번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의견 중 상당 부분을 설득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부하 입장에서 조금만 지혜롭게 접근하면 보다 효과적
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둘째,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이야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눈치 없이 아무 때나 리더를 붙잡고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 놓아선 곤란할 것이다. 중요한 이야기일수록 무리하게 밀어 붙이기보다 여유를 가지고 적절한 때를 택하는 지혜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리더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잘 파악하여 자신의 관심사와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리더와 대화를 효과적으로 풀어 나가려면, 일단 리더가 관심을 갖는 주제 중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을 찾아 잘 연계시켜야 한다. 별 관심 없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 봐야 시간 낭비만 할 따름이다.  

 
시간과 감정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상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으려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스킬에 대한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개방적인 리더라 하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부하를 참아내기란 쉽지 않은 법이기 때문이다.  
 
② 주인의식을 가져라 
 
두번째는 부하 직원들 스스로가 회사와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주인의식이 부족한 부하들은 일을 제대로 하기보다 상사의 비위를 맞춰 편하게 직장 생활을 하려고 하거나 조직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이런 부하들은 리더가 하지 말라는 일은 무조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인 생각보다도 상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기대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의식을 잃은 구성원은 상사에게 반론을 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은 침묵하며 충실하게 예스(Yes)만 외치는 예스맨이 될 따름이다.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무엇보다 환경 탓을 잘한다는 것이다. 때로 이들은 “상사들이 너무 보수적이라서, 새로운 일을 하기 힘들다”라고 불평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는 책임 회피적인 발언일 따름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을 상사에게 떠넘기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상사도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일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G사의 한 임원은 부장 시절 상사가 하지 말라고 한 일을, ‘잘못 되면 옷을 벗을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라며 수차례에 걸쳐 설득한 끝에 조심스레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상사의 적극적인 지원은 받아낼 수 없었지만, 다행히 일이 잘 진행되어 성공했고 그 결과로 임원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렇듯 주인 의식이 투철한 부하들은 설령 상사가 자신을 좋게 평가하지 않더라도 혹은 실패가 걱정되더라도 자신이 담당한 일을 성공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뒤에 가서 “그 때 그 일을 했어야 했는데, 상사가 막았다”라는 말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혹시 본인이 이러한 말을 하고 있다면, ‘내가 혹시 예스맨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부하된 입장에서 상사가 안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감히 일을 벌일 수 있었겠어. 당신 탓이 아니야”라며 누군가를 감싸주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주변 사람들에게 봉급쟁이와 예스맨 습성을 길러주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사에게 반론을 제기하며 자신의 의견을 설득해 나가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는 물론 다른 구성원들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일을 추진해 나가는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상하간에 자유롭고 창의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보다 나은 아웃풋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리더들은 침묵하는 구성원을 보며 단순히 ‘조용한 성격’ 탓이라든지, ‘아무 생각 없는 구성원’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실상 침묵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구성원들의 침묵이 지속된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 또한 한두 번 부딪히다가 이내 쉽게 포기하고 침묵해 버리면 안된다. 이 방법으로는 불만과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결국 자신의 실력도 약해지고 조직 내 입지도 약해지는 문제만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당당한 한 명의 주체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명확히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서로 의견을 나눌 때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 언제나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사람들은 제각기 생각과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말 하기 전에 1초 동안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을 되새겨 보자. 그러면 보다 활발하고 생동감 넘치게 말하는 조직으로 변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끝> (2008. 12. 2. LGERI, 황인경 책임연구원. 박지원 책임연구원)
 
  
< 참고문헌 > 
 
노나카 이쿠지로(1998), 지식 창조 기업, 세종서적 
크리스 라반·쥬디 윌리암스(2005), 심리학의 즐거움, 휘닉스 
토니 알레산드라·필림 헌스커(2003), 행복한 일터의 커뮤니케이션, 한언 
E.W. Morrison·F.J. Milliken(2000), Organizational Silence : A Barrier to Change and Development in a Pluralistic World,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M. R. Banaji et al(2003), How (Un)ethical Are You?, Harvard Business Review 

Posted by 서형준
,
어제 3월 16일은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대회날이었습니다.
동아마라톤은 참가자만도 2만 5천명이며, 전세계 65개국에 생중계된 경기였죠. 물론 저같은 마스터즈 경기는 자세히 중계는 안하고, 이봉주 선수같은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를 중계했을 것입니다.

어제 아침, 사실은 밤잠을 설쳐서 거의 한 잠도 이루지 못한 채 5시경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비교적 일찌기 대회장인 광화문 세종로로 갔죠. 이른 아침 지하철 내부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가까운 역이 다가오자 차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운동복에 마라톤화, 모자를 쓴 참가자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역 구내에는 끼리끼리 둘러모여 옷을 갈아입거나 몸을 풀거나 대회당일 컨디션을 조절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역시 제법 큰 대회를 넘어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같았습니다.

사실 이 대회를 앞두고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원래 큰 두려움 모르고 세지 못한 체질에 2년 반 달려온 거리였지만, 이번 대회는 약간 두려웠습니다. 지난 겨울 11월 초순 대회에 참여한 이래 겨울 달리기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12월과 1월은 단 한 번도 달리기 연습을 하지 못했습니다. 2월 중순에서야 조금 씩 달리기를 하였는데, 이번 겨울은 왜 이렇게 춥게 느껴지는지 연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2008년 들어 첫 풀코스인 동아마라톤은 작은 두려움이자 설렘이었습니다.
전 날 밤 잠을 못이루었지만 그런대로 몸 상태는 즐거웠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것이 좋았고, 아는 후배, 친구, 선배를 만나서 출발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2005년 9월 마라톤 달리기 연습을 처음 시작한 이후 네 번의 풀코스를 힘겹게 완주했습니다. 이 날 대회가 가장 어려울 것이 예상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달리기 기간에 제가 느낀 것은 마라톤이 아주 정직한 경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겨우내 훈련하지 않은 나의 잘못을 이 날 대회는 혹독하게 저를 꾸짖을 것이라는 걸 잘 압니다.
2008년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

숭례문의 아픈 상처를 돌아 달리는 마라톤 참가자들



처음엔 풀코스를 처음 달리는 후배와 함께 10킬로 지점까지 순조롭게 달렸습니다. 겨우내 열심히 연습해온 후배는 10킬로를 지나자 걸린 발동을 늦추지 않고 역시 조금씩 앞서 나갔습니다. 그 후로는 계속 저 혼자 달려야 했습니다. 광화문을 출발해 숭례문을 바라 보며 돌아 을지로, 청계천을 다리 건너 왕복하고, 다시 종로를 돌아 달렸습니다. 20킬로 지점까지 큰 무리없이 어쩌면 예상보다 잘 달릴 수 있겠다는 착각이 기분좋게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마라톤은 착각하는 저를 용서치 않았습니다. 25킬로 지점 조금 못가서 나즈막한 언덕을 힘차게 팔을 휘저으며 작은 걸음을 잘 넘었습니다. 그런데 25킬로 지점부터 다리가 무거워 지고 어깨가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오늘 죽음의 레이스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5킬로 지점이후는 점점 속도가 느려져 그동안 잘 맞추어 오던 저의 페이스를 잃어버렸습니다. 30킬로 지점까지 하는데도 벌써 힘에 겨워 4시간 30분 페이스 메이커는 물론, 4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도 따라가기 벅찼습니다. 4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의 커다랗고 둥그런 노란풍선이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갔습니다. 길가에 응원단과 자원봉사자가 그렇게 많은 대회인데도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작은 희망 하나는 응원단이 많고 참가자가 많으므로 어느 정도 따라가면 완주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대회였습니다. 30킬로 지점에서 이 대회의 최대고비인 35킬로지점의 잠실대교 언덕은 정말 힘겨운 레이스였습니다. 힘에부쳐 더 이상 달릴 수 없고, 쥐나려는 다리를 멈추어 가로수를 붙잡고 풀어주어야 한 1~2백미터 달릴 수 있었습니다. 수차례 달리다 멈추어 다리 풀다 걷다를 반복하여 35킬로 지점의 잠실대교를 마주했습니다. 지난해가 생각났습니다. 비교적 쉽게 잠실대교를 달려서 건널 수 있었던 지난해를 연상하며 달리려 했지만 발걸음이 떼지질 않습니다. 결국 걷는 걸이가 더 늘어나 겨우 다리를 건널 수 있었습니다. 점점 많아지는 거리의 응원단들, 자기 동호회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대열들을 지나 조금씩 조금씩 전진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간신히 5시간 내에 완주할 수 있을 것 같긴한데 좀더 쉬었다간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질 않습니다. 아무리 달리려고 팔과 어깨를 힘차게 치며 나아가려고 해도 다리가 굳어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또 멈추어 기둥을 잡고 다리와 허리를 풀어주어야 했습니다. 남은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 보니 정말 아슬아슬했습니다. 조금만 더 쉬면 5시간 완주가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머릿속으로 옛날 코미디언 이주일의 실룩거리는 걸음걸이로 달려볼까 생각이 날 정도였습니다.

41킬로 지점까지만 가면 어떻게든 골인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만치 41킬로 푯말이 보이자 그 곳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 달렸습니다. 달린다고 해봤자 빠른 걸음보다 조금 빠른 속도였을 겁니다. 41킬로 지점이 되자 맥이 놓였습니다. 여기까지 너무 힘내서 왔더니 더 나아가기 힘들었습니다. 또 부지런히 가로수를 붙잡고 떠밀었습니다. 경직된 다리 근육과 어깨를 풀기 위함이지요. 반성하는 의미였을까요. 머리를 조금 수그린채 아스팔트만 바라보고 조금씩 달렸습니다. 잠실 주경기장 입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설마 이젠 달릴 수 있겠지. 남은 1킬로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요. 경기장 입구 터널을 지나 트랙을 4분의 3바퀴 돌아 드디어 골인했습니다. 4시간 56분. 간신히 5시간 내 완주에는 성공했습니다.

다섯 번째 풀코스 완주의 작은 기쁨보다 정직한 마라톤 앞에 나의 반성이 앞 섭니다. 연습없이 완주없다. 나는 마라톤 기록에 큰 욕심은 없습니다. 다만, 풀코스를 고통없이 천천히 달려서 완주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이런 나의 반성이 하는 일과 더불어 달리기 연습을 정직하게 하리라는 각오를 줍니다.
그래서 제가 마라톤을 좋아하는 지 모릅니다. 늘 깨우침을 줍니다.
연습하면 쉽고 편하게 달리고, 연습하지 않으면 죽음의 레이스 마라톤.
우리의 커리어와 인생 또한 그렇지요.
마라톤은 정해진 코스라도 있습니다만, 우리 인생과 커리어는 정해진 코스도 없지요.
눈 뜬 마음과 준비, 이것이 커리어와 인생에서 승리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제 마라톤 좋았습니다.
Posted by 서형준
,
리더의 성공 비결은 사람 관리에 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경영 현실에서 성숙한 인간 관계와 내면의 성찰을 기반으로 구성원들을 대하는 인격적 리더가 주목 받고 있다. 성공하는 리더의 ‘인격’에 대해 살펴 본다. 
 
작년 국내 출판업계에서는 유난히 인간 생활의 근본적 가치와 덕목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고 한다. ‘배려’, ‘경청’, ‘몰입’ 등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을 보면 기존의 성공학이나 리더십 서적에서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전문성, 카리스마, 실력 등은 다루지 않고 있다. 반면 성숙한 인간 관계와 내면의 성찰을 기반으로 구성원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말하고 있다. 각박해지는 경영의 현실 속에서 성숙한 인간 관계와 인간미를 추구하는 추세가 커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리더, 인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경영학자 톰 피터스(Tom Peters)와 로버트 워터만(Robert Waterman)은 그들의 저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에서 성공하는 조직의 특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한 바 있다. “조직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토대는 사람이다. 이는 가장 당연하면서도 외면되어 왔던 사실이다. 구성원들이 일과 조직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면서 자발적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조직이 성공할 수 있다.” 바로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관리하는가에 조직 성공의 근본이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조직의 성공 비결이 사람 관리에 있다면 리더의 성공 비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리더는 구성원들과 몸을 부대끼며 조직을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구성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을 좌우한다. 또한 구성원들의 자발적 헌신과 열정은 리더가 구성원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달려있다.  
 
리더의 성공, 인격이 좌우한다 
 
「인격의 힘(A Question of Character)」의 저자인 론 시몬스(Ron P. Simmons)는 수많은 기업의 리더들과 인터뷰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리더십에 대한 토론은 대개 능력과 경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결국은 한 개인의 인격과 성실성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얼마 전 한 취업 전문 업체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존경 받는 상사의 요건으로 ‘인격’을 꼽았다고 한다. 훌륭한 인격을 가진 리더는 통제와 지시 없이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헌신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좋은 인재를 잃지 않는 리더의 힘은 실력이나 카리스마가 아니라 바로 훌륭한 인품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3.0세대 CEO가 주목 받고 있다 한다. 작년 뉴욕타임즈(NYT)기사에 따르면, 90년대가 사업적 안목과 강력한 추진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일구는 1.0세대 CEO의 세대였다면 2000년대 중반까지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구조조정을 능숙히 하는 2.0세대 CEO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에는 재즈 밴드처럼 부드럽게 기능하는 팀을 잘 구축할 수 있는 3.0세대 CEO가 주목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건강한 조직에는 반드시 훌륭한 인격의 리더가 있고 결국 그러한 조직은 성공을 지속할 확률이 높다. 이제는 전략적 통찰력과 카리스마보다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인격적 소양이 리더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격의 중요성, 불변의 진리 
 
인격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강조해왔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The Seven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의 저자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 박사는 표면적으로 쉽게 드러나는 성격(Personality)보다는 오랜 노력과 심신의 단련으로 성취되는 성품(Character)이 훨씬 더 중요하고 값진 것이라 말한다(<표> 참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라는 말로 유명한 사무엘 스마일스(Samuel Smiles) 역시 저서 「인격론(Character)」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천재성이 아니라 훌륭한 인격이다. 천재성은 감탄을 자아낼 뿐이지만 인격은 끊임없는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대를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한결같이 훌륭한 인격이 자리잡고 있다. 한낱 농부 출신이었던 유방이 천부적인 장수였던 항우를 제치고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주변의 인재들을 신뢰하고 포용함으로써 그들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만들었던 훌륭한 인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시대 문무를 겸비한 무사 출신 미쓰히데는 타인의 결점을 먼저 보는 반면 짚신장수 출신의 히데요시는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훌륭한 인품을 지닌 히데요시는 그의 인품을 보고 몰려든 인재들 덕분에 노부나가의 뒤를 이어 일본 전국시대의 패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훌륭한 인격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성공하는 리더들 역시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는 노력과 좋은 습관을 통해 훌륭한 인품을 배양해왔음을 알 수 있다. 링컨 대통령은 젊었을 때 남을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이러한 단점을 고치기 위해 자신이 감정이 격해있는 상황에서 쓴 편지는 반드시 며칠 간 서랍에 보관한 후 다시 읽어보고 고치고 나서야 부치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리더의 인격을 위한 요소 
 
리더십의 권위자인 스티븐 코비 박사는 인격 단련과 관련하여 내적 성품 중심의 덕목을 제시한다(<표> 참조). 그 가운데 특히 조직의 리더로서 주목해야 할 주요 덕목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배려 
 
리더로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인격적 덕목은 ‘배려’이다. 배려는 한 마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며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영국의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전 수상이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리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250여 명의 전사자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여름 휴가도 반납하고 밤을 새워가며 전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쓰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또는 부인이나 누나의 마음으로 눈물을 흘려가며 한 통씩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썼다고 한다. 대처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인쇄된 편지에 서명만 해도 충분하다는 참모의 권유도 뿌리친 진실된 마음의 배려였던 것이다.  
 
GE의 잭 웰치는 퇴임을 앞두고 가진 한 인터뷰에서 “회사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못 갖춘 직원을 해고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내가 잔인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회사와 가치관이 다른 직원들에게 빨리 본인에게 맞는 회사를 찾거나 능력을 개발하도록 알려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문제없다는 이유로 그냥 적당히 지내도록 하다가 중년이 훨씬 넘어가서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해고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잔인한 짓입니다” 라고 말했다. 무자비한 구조조정으로 ‘중성자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웰치였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인간의 가치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존중에 바탕을 둔 배려가 있었던 것이다.  
  
2.정직 
 
정직한 리더는 존경을 받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성실하게 일하도록 만든다. 반면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성공하는 리더가 되기 힘들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큰 지지를 얻었고 재선에서는 60%라는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워터 게이트 불법 도청 사건에 대한 은폐 시도로 결국 1974년 퇴진할 수밖에 없었다. 1996년 미국의 역사학자 36명이 역대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순위 조사했을 때 닉슨은 꼴찌를 기록했다. 리더로서 아무리 많은 업적이 있더라도 단 한번의 도덕성 상실로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벤처기업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씨는 “벤처기업의 핵심 포인트는 아이템이 아니라 벤처기업인의 사람 됨됨이이다.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노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정직한 리더는 부당한 편법을 쓰지 않고 실력을 통해 정정당당히 경쟁한다. 조직의 성공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되려면 도덕성에 기반한 리더의 경영 철학이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된다.
 
3.절제 
 
성공하는 리더라면 권위를 내려 놓고 감정을 절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코넬대학의 케네스 블랜차드(Kenneth Blanchard) 교수는 저서인「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Whale done)」에서 일을 맡기고 어떻게 하나 팔짱을 끼고 지켜보다가 그 동안 발견한 실수와 허점을 지적하는 관리 방식을 ‘뒤통수치기’ 라고 정의한다. 진정한 리더로 성공하려면 뒤통수치기 방식을 버려야 한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팀원과 함께 고민하면서도 자율성을 해치지 않고 책임감을 공유하되 적절한 임파워먼트를 해주는 고도의 절제 기술이 필요하다.
 
부정 회계 사건으로 사라진 엔론이나 월드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절제하지 못하는 리더는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와 구성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준다. “리더 혼자 힘으로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어떤 리더라도 혼자 회사를 망하게 할 수는 있다”는 짐 콜린즈(Jim Colllins)의 말이 그대로 들어 맞는 경우라 하겠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영컨설팅 기업인 테이블 그룹(The Table Group)을 운영하는 패트릭 렌시오니(Patrick M. Lencioni) 회장은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의 하나로 회사의 실적보다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는 데 집착하는 것을 지적한다. CEO가 소위 ‘이름병’에 걸리면 그 기업은 반짝할 순 있어도 결국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4.겸손 
 
겸손은 스스로 부족함을 인식하고 항상 배우고 더 나아지려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국내 한 경영연구소에서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성공 요인을 한자성어로 적어보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이었다고 한다. 성공은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주변의 여러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결과는 오히려 성공한 리더의 겸손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이 다시 평범한 기업 또는 그 이하로 전락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경영자의 자만을 들고 있다. 아무리 기업을 성공시킨 리더라도 스스로 위대하다고 자만하는 순간이 개인적인 실패와 기업 추락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짐 콜린스는 리더십의 최고 수준인 ‘5단계 리더십(Level 5 Leadership)’은 사업가적 의지와 인간적인 겸손함이 결합될 때 가능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위대함이 창출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마이드 장군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존경하는 마이드 장군!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모두 당신의 공로입니다.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내게 있으며 장군은 모든 것이 링컨 대통령의 명령이었다고 말하십시오. 그리고 이 편지를 모두에게 공개하십시오!” 책임은 자신이 지고 영광은 부하에게 돌리는 겸손한 리더 링컨의 인격이 잘 드러난다 하겠다.
 
5.용기 
 
용기 역시 다양한 상황을 접하는 조직의 리더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다. 예를 들어 당장의 이익이나 주위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신념을 굽히지 않는 용기, 부당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 부하의 장점을 인정하고 배울 수 있는 용기 등이 그것이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독극물이 들어 있는 타이레놀을 복용한 7명의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존슨앤존슨의 제임스 버크(James E. Burke) 회장은 기업 존폐의 위기에 서 ‘타이레놀’을 더 이상 브랜드명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컨설팅 회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동일 브랜드의 새 제품을 출시하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품 전량을 수거하고 처리 과정을 공개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당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빠른 시일 내 이전보다 더 좋은 성과와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리더의 인격, 조직 차원에서 바라볼 때이다 
 
인격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문제이다. 그러나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의 인격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조직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많은 미국 기업들은 기업의 성과가 사업적 요소만큼이나 인간적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유명 MBA 스쿨들이 앞다투어 CEO 등 리더급을 대상으로 문학과 역사 과목들로 구성된 인문학적 교양 과정을 개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금융 기업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까다로운 인재 채용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뉴욕 본사와 해외 지사를 오가며 20회 이상 면접을 진행하는 이유는 지식과 재능뿐만 아니라 지원자의 도덕성이나 윤리관 등 사람됨됨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미래를 보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문(文), 사(史), 철(哲)로 대표되는 인문학을 경영의 토대로 삼는 ‘인문경영’이 관심을 끌고 있다. 매일마다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치열한 비즈니스의 전장일수록 오히려 사람간 관계와 삶의 근본적인 원리에 대한 이해가 생존의 기본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 환경이 아무리 복잡해져도 결국 기업 운영의 주체와 객체는 모두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때이다.
(LGERI, 2008. 2. 18. 강진구)
Posted by 서형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