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4.01 조직 병리 현상을 극복하라
  2. 2009.01.07 되돌아 보는 CEO 리더십의 기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한파 탓인지 이번 불황은 그 어느 때 보다 차갑기만 하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도 불안감을 더한다. 이때 멀쩡해 보이던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한 기업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경영 여건이 좋을 때는 무난히 성과를 냈기 때문에 몰랐을 뿐이지, 이미 조직 내의 숨겨진 문제점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직행동 분야의 대가인 알바라도 교수도 “조직은 사람의 신체와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평소 잘 관리하지 않거나, 사소한 문제라도 그냥 방치할 경우 심각한 병(病)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조직 병리 현상(Organizational Pathology)’이라고 한다. 금번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지만, 기업이 더 이상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회사의 건강을 챙겨야만 불황 극복은 물론 그 이후 새로운 도약도 기할 수 있다. 이에 위기 상황 속에서 조직을 더욱 병들게 하는 조직 병리 현상들과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방안들을 알아본다. ■
  
< 목 차 > 
  
Ⅰ. 건강한 조직이 위기를 넘는다  
Ⅱ. 극복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과 대응 방안 
Ⅲ. 적절한 긴장감이 면역력을 키운다
 
  
  
Ⅰ. 건강한 조직이 위기를 넘는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한파가 매섭다. 불황의 그늘도 차갑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기업의 근심이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게다가 멀쩡해 보였던 기업이 위기에 빠져 도산하거나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기업들은 불황을 더욱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 
 
불황 자체가 위기는 아냐!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불황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기업을 좌초시켰다’는 것은 그릇된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영 여건이 좋을 때는 어느 기업이나 무난히 성과를 낸다. 그래서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좌초되는 기업을 보면 겉으로는 건강해 보였을지 몰라도, 이미 속으로는 병(病)들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쉽사리 알아채지 못했던 것뿐이다. 따라서, 기초 체력이 튼튼한 건강한 조직(Healthy Organization)에게 있어, 불황은 그저 평소보다 힘들고 고된 상황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이들에게 불황은 경쟁자를 앞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병을 키워온 조직이 문제 
 
하버드 대학의 켄터(Kanter) 교수는 “비난(Blame), 회피(Avoidance), 은닉(Secrecy),  무기력증(Feeling of Helplessness) 등과 같은 조직 병리 현상(Organizational Pathology)들이 회사의 조직 문화를 망친다. 특히, 이런 병리 현상들이 위기에 놓인 기업들을 다시는 회생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기업이 꼭 명심해야 할 점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평소 기업이 얼마나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왔는가?’가 불황을 넘어 향후 일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금번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조직행동 분야의 대가인 앨버라도(Alvarado) 교수 또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평소 잘 관리하지 않거나, 사소한 문제라도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심각한 병(病)을 키울 수 있다. 조직도 사람의 신체처럼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조직 병리 현상도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황기일수록 숨겨져 있던 조직 병리 현상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감기를 잘못 방치했다 심각한 폐렴을 앓을 수 있듯이,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더 늦기 전에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기업은 회사의 건강을 세밀히 점검해 심신이 모두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글에서는 위기 상황 속에서 조직을 더욱 병들게 하는 조직 병리 현상과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극복 방안을 알아본다(<그림 1> 참조). 
그림 1 대표적인 조직 병리 현상들

  
 
Ⅱ. 극복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과 대응 방안 
  
 
1. 귀차니즘의 발동 :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뭐!’ 
 
기업을 위기에 빠지게 만드는 조직 병리 현상 가운데 하나는 귀차니즘이다. 귀차니즘이란 최근 신세대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는 인터넷 용어로 만사가 귀찮아서 게으름을 피우는 현상이 고착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위기에 빠지는 기업도 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우리는 종종 성공가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던 거대 기업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 기업을 보면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 왔는데, 뭐!’, ‘그냥 지금처럼만 하면 별 문제없겠지’, ‘괜히 새로운걸 하면 귀찮고 힘들 뿐…’이라는 생각을 갖곤 한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살며, 설상가상 대공황에 버금가는 불황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이는 정말로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미래 변화에 둔감한 귀차니즘의 발동은 기업이 경쟁 구도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어 쇠락의 길로 이끄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더듬이를 쫑긋 세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지런히 혁신 노력을 기울여야만 생존은 물론 불황 이후의 성장을 기할 수 있다.  
 
최근 경제 위기 속에서 시름하는 GM사는 이를 잘 실천하지 못한 기업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시장의 수요와 소비자의 욕구 변화 등 시장 파악에 둔감하고 게을렀던 귀차니즘이 쇠락의 길을 걷는 계기로 작용했다. 예컨대 경쟁사가 첨단 친환경 기술로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를 내놓는 시점에 회사는 과거에 성공했던 사업에만 매달렸다. 혁신과 변화에 힘써도 회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판국에, 연비가 떨어지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에만 집중한 것이다. 이는 고유가 시대에 직격탄을 맞는 계기가 되었고, 회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만다.  
 
혁신과 변화도 부지런해야 성공한다 
 
이와 달리 도요타사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시장에 선보였다. 회사는 이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2007년도에만 8만 9천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70%라는 매출 증가라는 성과를 올렸다. 시장변화에 둔감했던 GM이 뒤늦게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 진입했을 때, 이미 이 시장은 도요타의 독무대였다. GM이 미래 준비에 소홀할 때 도요타는 시장 판도를 뒤집을 해법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혁신과 변화를 멈추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실패한 전략이 최소한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전략보다 낫다’는 말도 기억해 두자. 부지런한 혁신 노력은 실천의 결과이지, 입으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도 실행력의 뒷받침 없이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필름 제조회사였지만 최근 회사채 신용 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급격한 쇠락 위기에 처한 코닥사를 보라.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기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닥은 초기 디지털 시장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때문에 2000년 1월 신임 CEO가 취임했고, 카프 사장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서 전통적 주력 사업인 필름 분야에서 디지털 분야로 사업 체제를 전격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전환을 위한 방안으로 내세운 조직 효율화, 세계 각지 생산 시설 폐쇄 등의 조치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해 지금은 시장에서 아예 도태되고 말았다. 
 
2. 설익은 자신감과 느슨한 경계심 : ‘나도 다 컸어! 이 정도면 충분해…’ 
 
설익은 자신감이 가져오는 느슨한 경계심도 치명적인 조직 병리 현상이다. 동물 세계를 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소라게의 얘기를 음미해 보자. 소라게는 단단한 소라껍데기 속에 숨어 살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때문에 운둔자(Hermit)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신 몸집이 커질 때마다 기존의 좁은 단칸방을 떠나 새집을 찾는다고 한다. 소라게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성장했다는 기쁨을 맛보는 유일한 순간일 것이다. 그런데 그 때가 일생 일대에 가장 치명적인 위기의 순간이다. 포식자들에게는 소라게가 보금자리에서 나오는 그 순간이 이들을 집어삼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세렝게티 초원의 표범 얘기도 귀담아 볼만 하다. 표범은 어른이 다 되었다고 판단되면 어미 곁을 떠나 독립하는 습성을 가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튼튼한 젊은 표범이 어미 곁을 떠난 직후에 가장 많이 죽는다는 것이다. 전체 표범 사망 원인의 절반이 여기에 해당된다. 어른이 되었다는 우쭐함과 설익은 자신감으로 가득한 젊은 표범들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냥감을 쫓아다니지만 경험 부족은 먹이를 놓치기 일쑤이고, 결국 힘이 빠져 굶어 죽는 경우가 더 많은 탓이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이렇듯 위기는 경계심이 느슨해진 틈을 타고 찾아온다. 기업 경영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 휴대용 컴퓨터를 개발했던 아담 오스본(Adam Osborne)이란 사람의 얘기를 살펴보자. 그는 1980년 휴대용 컴퓨터인 ‘오스본I’을 만들어 성공했다. 경쟁 제품이 속속 등장하자, 남들보다 더 빨리 신제품 개발에 나섰고, 1983년경에는 ‘오스본II’라는 신제품을 개발한다. 문제는 경계심을 풀었던 것이 화근이다. 그는 성공을 확신한 나머지 양산화도 시작하기 전에 이를 시장에 발표해 버렸다. 시장은 그의 생각과 달리,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업그레이드된 신형모델이 출시될 텐데 구식을 살 필요가 없지’라고 반응한다. 결국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존 오스본I 제품의 매출은 급감했고, 그의 회사는 순식간에 도산해 버린다. 이 같은 오스본의 실패를 거울삼아, 그 이후 실리콘밸리에서는 신제품을 선보일 때는 반드시 출시 직전이 아니면 신제품 발표를 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실리콘벨리에서는 이 같은 어설픈 자신감과 방심이 낳은 결과를 ‘오스본 이펙트(Osborne Effect)’라고 부른다. 
 
비행기 조종사들에게 ‘마(魔)의 11분’이라는 징크스가 있다고 한다. 조종사들이 이륙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생각되는 ‘이륙 후 3분’과 이제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생각하는 ‘착륙 전 8분’이 가장 많은 비행 사고가 일어나는 데서 유례한 말이다. 그렇다! 위기는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한 순간의 방심이 위기를 부를 수 있다. 한때 성공한 기업이나 그렇지 않은 기업 어느 누구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3. 성공이 부른 편협의 함정 : ‘살 길은 이길 뿐이야!’ 
 
어설픈 자신감과 느슨한 경계심도 문제지만, 성공 경험에 기초한 지나친 과신도 두 눈을 멀게하고 귀를 닫게 한다. 이것이 편협이란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 이 또한 조심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이다. 흔히 기업이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이 선택했던 전략이나 조직 운영 방식이 크게 성공하면, 그 이후에도 ‘오로지 그 길만이 살 길’이라고 단정해 버리는 것이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성공 함정(Success Trap)’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거의 성공 경험은 자신감을 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보지 못하게 하는 편협함을 갖게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편협한 사고 방식은 그 동안 기업이 성공해 오는 과정에서 축적된 자산과 역량에 애착을 느끼게 만든다. 사실 기업이 성공에 이르는 길은 ‘단 하나의 유일한 방법(One Best Way)’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방식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에 더 적합한 방식을 간과하게 할 수 있다.  
 
월트 디즈니사가 프랑스 유로디즈니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개장 2년 만에 3억 2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그 이유를 들여다 보니, 기존 디즈니의 이미지와 경영 방식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버메이드사도 비슷하다. 회사는 증권가에서 ‘신제품 제조기’라 불렸으며, 경영학자들로부터 혁신 기법의 연구 대상이 되곤 했다. CEO 스탠리 골트(Stanley Gault)에게는 이것이 문제로 작동하였다. 더 많은, 더 빠른 신제품 출시를 위해 신제품 출시율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다 보니, 시장 조사에 투자하는 시간조차도 아까워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이는 고객 니즈에 맞지 않는 제품의 출시로 이어졌다. 결국 고객의 외면으로 팔리지 않는 상품을 팔기 위해 가격을 할인하게 되고, 그로 인해 수익 하락은 물론 기업 이미지도 나빠지게 되었다. 
 
4. 습관성 책임 회피 증상 : ‘어차피 내가 책임질 것도 아닌데…’ 
 
조지아대 경영학과 하비(Harvey) 교수는 “누구도 원치 않지만 누구도 거부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서, 모두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르는 현상을 에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다”라고 했다(<박스 기사> 참조). 물론 이런 현상은 조직 내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만일 기술 조달의 어려움이나 터무니없는 투자 비용 등 99% 실패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보고도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조직에 당면한 문제를 보고도 ‘괜히 지적했다가 나만 이상해지는 거 아니야?’, ‘어차피 내가 책임질 것도 아닌데…’라는 식으로 구성원들이 행동한다면... 기업은 습관성 책임 회피 증상을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에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


조지아대 경영학과 하비(Harvey) 교수는 그의 저서 『왜 아무도 ‘No’라고 말하지 
않는가? 』에서 ‘에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를 설명하고 있다. 미국텍사스주 수은주가 섭씨 40도를 웃도는 아주 무더운 여름날. 어느 집 가장이 가족에게 제안하길, “우리 에빌린에 가서 저녁이나 먹을까? 그곳의 스테이크가 부드럽다는데…” 가족들은 이런 제안을 받고 폭염 속에 85km를 달려갔다. 힘들게 에빌린에 도착했으나 음식점에서 나온 저녁은 정말 형편없었다. 사실 가장도 꼭 에빌린에 가고 싶어 한 이야기가 아니라, 저녁 때 특별한 대안이 없어서 ‘그냥 한 번 해 본 이야기’였다. 가족들도 아버지가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동의’한 것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저녁 한끼 먹으러 이 무더위에 그 먼 곳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반대했었다면… 이처럼 누구도 원치 않지만 누구도 거부하지 않아서 모두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 하는 현상을 에빌린 패러독스라고 말한다.
 
조직에서 습관성 책임 회피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선 직원들이 다수를 따르는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란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갈등을 만드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내 생각대로 했다가 실패하면 어쩌지?’, ‘나 혼자 튀면 소외되지 않을까?’라는 자신감 부족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영향을 준다.  
 
실패를 용인하고 존중과 상생으로 
 
혁신 기업들이 실패를 포용하는 조직 분위기(Blame-free Culture)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습관성 책임 회피 증세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조직을 구축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의 능력을 불신하거나 실수를 비난하기보다는, 일을 믿고 맡기며 이들의 적극성을 이끌어 내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혼다사가 바로 그런 회사다. 혼다의 전 CEO인 혼다 소이치로는 ‘실패상’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혼다는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 그 원인을 찾아내면 책임을 묻는 대신 상을 주어 격려함으로써, 연구원들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기업은 때로 과거의 잘못을 단죄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만일 신임 CEO가 위기의 원인이 기존 CEO의 조직 운영 방식탓이라고 비난하며 기존 경영진들을 모조리 물갈이해 버린다고 상상해 보라. 이런 경험을 하게 된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몸을 사리고 작은 문제도 그 책임을 회피하거나 남에게 전가하려 들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조직의 리더는 비난과 책임 추궁보다는 존중과 상생을 외친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랜 인종 차별과 박해에 맞서 싸웠다. 그가 처음으로 민주적인 선거로 대통령이 되었을 때, 복수를 택하기 보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를 설립했다. 화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게 했고, 사람들은 서로를 더 신뢰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5. 집단 사고 : ‘오늘도 만장일치군!’  
 
집단 사고(Group Think)의 함정도 경계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 중 하나다. 이 개념을 처음 고안한 예일대 심리학과 제니스(Janis) 교수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어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는 사고의 경향이 바로 집단 사고이다”라며, “집단의 지나친 자부심(Overconfidence of Group), 다양한 의견을 무시하는 좁은 시야(Tunnel Vision), 의견 일치에 대한 압력(Conformity Pressure)이 영향을 주어 집단이 그릇된 결정을 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재앙을 불러온 여러 가지 끔찍한 결정을 보면, 어디서나 집단 사고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1986년 NASA가 챌린저호를 발사하기로 결정한 것도 집단 사고 탓이다. 24회의 성공적인 발사로 NASA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고, 정치인들과 대중의 발사 압력도 컸다. 이 때문에 NASA의 관료들은 저온에서는 오링(O-ring)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챌린저호를 발사해 참변을 낳았다.  
 
조직행동분야의 대가 로빈슨(Robinson) 교수는 “집단 사고는 기업 조직에도 크게 영향을 주는데, 회사의 성과를 극적으로 저해하는 일종의 병이다”라고 지적한다. 만일 기업에서 어떤 대안을 고민할 때 반대 의견도 없이 만장일치로 일 처리가 이루어진다면, 그 조직은 집단 사고를 의심해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딴지 맨’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그렇다면 조직에서 발생하는 집단 사고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몇 가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그림 2> 참조), 이 중에서도 최선의 방법은 리더가 처음부터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반대 의견을 확실히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아예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을 ‘딴지 맨’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의 역할은 제기된 주장에 대해 흠을
그림 2 집단 사고를 피하는 8가지 조언
잡아내는 일종의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다. 집단의 응집력이 높고 상하간의 위계질서가 강해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판단한 일본 기업들은 회의를 할 때 이 방법을 잘 활용한다고 한다. 항상 회의를 하면 직급이 가장 낮은 직원에게 먼저 의견을 구한다. 그리고 부하 직원들이 자신의 견해가 상사와 다르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상사는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불어 상사는 다른 집단에게 같은 사안을 논의하게 한 다음, 두 집단의 결론을 비교해 보거나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서 집단의 일치된 견해에 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한다.  
 
6. 사이코패스 상사 : ‘혹시 우리 상사가 양복 입은 사이코패스?’ 
 
얼마 전 비즈니스 위크가 흥미로운 기사를 내놓았다. 내용의 골자는 “조직 내에는 은근히 많은 수의 나쁜 상사들이 활개치고 다니는데, 이들이 장기적으로 조직문화를 망치는 주범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쁜 상사의 10가지 특징도 함께 묘사한다(<그림 3 참조>). 이들은 구성원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관심 그리고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엉뚱한 생각일지 몰라도 필자는 이 기사를 보며 사이코패스(Psychopath)가 떠올랐다. 사이코패스란 의학적으로 감성을 관할하는 전두엽이 뇌 중심부와의 연결에 결함이 생겨, 공포에 반응하지 않고 자기 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증상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선량해 보일 수 있지만, 잔인한 행동을 해도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림 3 나쁜 상사의 10가지 특징
 
 
그런데 직장 내에도 사이코패스에 버금가는 성향을 지닌 나쁜 상사 때문에, 말 못할 고민에 빠진 직장인이 많다.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건 회사의 주춧돌과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상사들은 악성 바이러스처럼 구성원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조직을 병들게 만든다. 리더는 조직의 성과를 책임지기도 하지만, 먼 장래를 위해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그런데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런데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어?’라며 부하직원을 다그치기만 하는 상사. 더욱이 당장 자신의 실적 챙기기에 급급해 부하의 공을 가로채는 상사. 이들이 바로 조직 내에 숨겨진 사이코패스 상사들이다. 부하 직원을 쥐어짜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내겠지만, 이들의 괴롭힘으로 부하 직원들은 지쳐 쓰러지거나(Burn-out) 좌절할지 모른다. 특히 이들이 전염시킨 강압적이고 경진된 업무 분위기는 직원들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 심리를 부추긴다. 
 
7. 이기심의 만연 :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누구나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때 조심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 중 하나가 바로 ‘내 것부터 챙기자’는 식의 이기심이다. 이는 조직 내 협업을 방해하고 심지어는 ‘나만 살고 보자’는 식의 비윤리적인 행동까지도 초래한다. 과거 비윤리 경영의 대명사로 알려진 엔론사를 떠올려 보라. 한 사람의 내부 고발자의 제보가 회사의 분식 회계 사실을 세상에 알려져 파산하기 전까지, 회사 내부의 어느 누구도 잘못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다. 경영진은 물론 구성원들 조차도 잘못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그저 자기 살 길 챙기기에 바빴다.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에 무게 중심을 
 
사실상 선천적으로 이기심을 타고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런 성향을 익히게 된다. 조직이 지나치게 개인 성과를 중시하고 개인간 경쟁과 차별을 부추기게 된다면 이런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건강한 조직일수록 개별 구성원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들의 열정이 팀웍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런데 팀웍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희생 정신과 이타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미국의 철강회사 뉴커사는 개인보다는 집단 성과 중심의 인센티브 제도를 활성화해 구성원들이 팀웍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력적으로 일하도록 만들고 있다. 아무리 개인의 성과가 좋더라도 같은 그룹 내의 다른 동료들의 성과가 저조하다면 그만큼 개인도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개인보다는 집단의 협업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개별 구성원의 색다른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회사에서도 집단의 가치가 중시된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사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협력업체로 유명한 픽사사이다. 회사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고 서로를 도우며 일할 수 있는 사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신경 써 왔다. 그 첫 번째 조치는 다양한 지역에 분산되어 있던 구성원들을 샌프란시스코의 한 빌딩에 모여 일하도록 한 것이다. 창의성과 협력은 사람들이 함께 일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멀어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구성원들은 함께 모여서 일하면서부터 식당, 자판기, 주차장 등에서 자유롭게 만나 신변잡기에서부터 담당 업무에 대한 이야기 등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특히, 부서간에 정보 교류가 거의 없었던 엔지니어링과 생산 부문간 상호 협력적 분위기 조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8. 소통의 마비 : ‘뭔 말인지 알지? 글쎄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이 있다. 무엇이든 서로의 마음이 잘 통할 때 함께 하는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임직원들 간 소통의 문이 활짝 열릴 때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한다. 반대로 소통의 마비 현상이 온다면 조직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전쟁터에서도 필승 전략은 소통이라고 한다. 장군의 명령이 병사들에게까지 잘 공유되면 필승(必勝)하고,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단절되거나 왜곡되면 조직은 반목과 갈등이 지속되어 반드시 필패(必敗)한다. 위기에 약한 조직의 병리 현상도 바로 소통의 양이나 질 모두가 부족한 경우라 하겠다.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이와 관련된 중국 고사를 한번 유심히 살펴보자. 전쟁터에서 필패할 수 밖에 없는 조직은 다음의 4가지 유형에 해당한다. 첫째, 전후불상급(前後不上及)이다. 전방과 후방 부대가 잘 연결되어 있지 않는 조직으로, 기업의 경우 현장과 본사의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는 경우다. 둘째, 중과불상시(衆寡不相恃)는 대규모 본진과 소규모 특수 부대가 서로를 믿지 못해 소통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기업에서는 정규 조직과 이를 돕는 스텝조직이 갈등하는 모습이다. 셋째, 귀천불상구(貴賤不相救)는 귀족 지휘관과 평민의 병사가 서로를 구하지 않는 현상이다. 이는 상사와 부하, 핵심 인재와 보통 인재(B-player) 그리고 학벌 좋은 직원과 현장의 근로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아 대립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하불상부(上下不相扶)는 장교와 병사가 서로를 돕지 않는 것인데, 이는 노사가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례> 인벤시스(Invensys)사의 조직 병리 현상 극복기


인벤시스는 1999년 BTR PLC와 시베 PLC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다.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공장 자동화, 산업 동력 시스템 및 에너지 관리 분야로 유명하다. 2001년 5만 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2000년대 중반 파산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다. 위기에 놓이면서 회사는 각종 조직 병리 현상을 경험했고, 신임 CEO 릭 헤이턴스웨이트(Rick Haythornthwaite)의 혁신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 What Happened : 인벤시스에 도대체 무슨 일이?
당시 회사의 고위층 임원은 “자금 경색으로 파산 직전에 몰리니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일단 위기는 모면했지만 조직 전반에 드러나고 있는 조직 병리 현상은 심각했다”고 증언한다. 최고경영진만 간헐적으로 회합을 가질 뿐 회사 전반에 걸쳐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경영진의 내부지향적이고 협소한 시각과 사업부문 간의 지나친 경쟁심은 조직 간의 벽을 만들었다. 몇몇 중간 관리자들은 회사가 또 다시 파산 할 것이라고 느꼈고, 물론 대부분 종업원들은 실직에 대한 두려움에 가득찬 표정이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힘을 모을 법도 한데, 회사에는 서로에 대한 비난과 책임 전가 그리고 무기력감만이 감돌았다. 신임 CEO가 임원들에게 ‘당신을 위해서 열정을 다해 일해줄 수 있는 사람 3명을 지목해 보라!’라고 했을 때, 단 한 명의 임원도 3명을 지목하지 못할 정도였다.

● How to Overcome : 어떻게 극복했을까?

(1) 진솔하게 소통하라(Promoting Dialogue)

CEO가 가장 먼저 시도한 노력은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에 나섰다. 일례로, CEO는 ‘릭에게 물어보세요(Ask Rick)’라는 전화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불만과 고충을 경청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의견을 내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 지금도 그는 구성원들의 질문에 대해 일일이 응답한다. 의사소통이란 상대방의 말에 충분히 응답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CEO는 “만일 당신이 공을 떨어뜨렸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매우 빨리 눈치챈다”며, “엄청난 압력과 짐을 지우더라도, 매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내가 미쳐 조치하지 못한 것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다른 많은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소통시에 진솔한 대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번은 미국 지역에서 이루어졌던 한 타운홀미팅에서 한 직원이 “왜 당신은 직원들의 건강 검진 지원 계획을 삭감했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그 의사결정은 이미 자신이 오기 전에 이루어졌지만, 건강 검진 지원 비용이 삭감된 배경을 아주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US 건강보험시스템을 바꾸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화가 지속되면서 경영층에 대한 직원들의 일방적인 불만의 눈초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2) 서로에 대한 존중감 키우기(Engendering Respect)
또한 CEO는 “조직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정확히 말해야 한다. 우리가 위기에 빠진 책임을 직원의 탓으로 돌려서도 안되지만, 잘못을 무조건 부인하고 발뺌하게 두어서도 안됩니다”라며, “과거의 실수에 대해서 단순히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동료들 간의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가 처음 취임했을 때 모든 임원이 모인 자리에서 “누구나 한두 번쯤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인간이니까요”라며, “인벤시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고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것입니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그리고 단 한 부서만을 제외하고 경영층의 자리를 하나도 변경하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인벤시스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3일간 이루어졌던 회사 개혁을 위한 워크샵이 열렸고, 한 임원이 이에 대해 “분위기는 정말 그 이전과는 달랐습니다. 워크샵에 참석한 임원들은 그 이전과 달랐고, 보고서의 질도 매우 전략적이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밖에 없었죠”라고 말한다.

(3) 서로 돕는 분위기 조성(Sparking Collaboration)

일반적으로 협력적인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직 구조를 획기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CEO는 그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기존의 조직 구조를 물리적으로 바꾼다고 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이 협력적으로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내가 취한 유일한 방법은 생산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팀을 만들고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라고 말한다. 그가 취임한 첫 달에 9개의 고객 영역별로 대응하는 전략그룹을 신설했다. 그리고 각 그룹의 인원은 대부분 사내의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일하던 베테랑 직원들로 채웠다. 그 수는 무려 400명으로 회사는 이들을 ‘변화의 사절단(Ambassadors for Change)’이라고 칭했다. 또한 SCM이나 구매, 고객 개발, 서비스, 프로젝트 관리 등의 분야에는 외부의 전문가를 엄선해 배치해 주었다. 이들의 주된 역할은 각 고객 영역별로 관련된 조직의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단 각 사업 부문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CEO의 생각을 전달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베테랑들이 일하는 방식과 협업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4) 구성원들의 자발적 주도성 이끌어내기(Inspiring Initiative)
마지막으로 중요한 조치 가운데 하나는 조직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CEO는 “독재와 독선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이 회사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9개의 전략그룹의 사람들을 활용해 조직 전반에 그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INVEST (identify, nominate, validate, evaluate, start, track)’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넘쳐날 수 있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개선 프로젝트나 신규 프로젝트 모두가 새롭게 설정한 회사의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기준에 부합할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지원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놓고 CEO는 “나는 우리 회사의 5만 3천명 직원 모두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이를 좋은 결실로 만들 수 있길 원한다”라고 말한다. INVEST 프로그램에 등록된 프로젝트의 모든 리더들은 33명의 최고 전문가들에게 6개월 가량 교육을 받는 기회가 제공된다. 그리고 모든 변화 관리와 시스템 운영에 도움이 되는 웹 기반의 지원 서비스도 받고 있다.

자료 : Leadership and the Psychology of Turnarounds, Rosabeth Moss Kanter, Harvard Business Review, 2003. June.

 
Ⅲ. 적절한 긴장감이 면역력을 키운다 
  
 
지금까지 조직을 망치는 조직 병리 현상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위기에 굴하지 않는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조직도 면역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매일 운동을 하는 등 규칙적인 건강 증진 활동이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의 몸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마음마저 느슨해지면 금세 포기하고 만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망하는 기업과 흥하는 기업의 결정적 차이도 ‘긴장감을 얼마나 적절히 유지하고 있는가?’에 있는 듯하다. 일례로, 망하는 기업들을 보면 성장 곡선이 끊어져 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그림 4> 참조). 이렇다 보니 ‘우리는 절대 죽지 않아,
그림 4 망하는 기업과 흥하는 기업의 성장곡선

오늘도 내일도 살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변화보다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다. 긴장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반면에 흥하는 기업의 성장 곡선을 보면 단절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우리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갖는다. 이것이 새로운 방식을 탐색하고 변화를 추구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닌텐도사 또한 “우리 회사는 죽음을 아는 회사다. 우리 회사는 영원하지 않다”라며, 어느 정도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피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기업들이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길 바란다. (LGERI. 2009. 3. 24. 김현기 책임연구원)
 
< 참고문헌 > 
 
Leadership and the Psychology of Turnarounds, Rosabeth Moss Kanter, Harvard Business Review, 2003. June. 
Groupthink : How Not to Run A Company, Executive & Organizational Development, 2007.  
If an Organization Has a Memory Will it Need a Therapist?, John R. Landry, Proceedings of the Thirtieth Annual Hawaii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ystem Sciences, 1997.  
Organizational Behavior, 11th Edition, Stephen P. Robbins, Prentice Hall, 2005. 
Orgnaizational Crisis : The Logic of Failure, Gilbert Probst and Sebastian Raisch, Academy of Management Executive, 2005, Vol. 19. No. 1.  
Organizational Pathology, Sergio Monroy Alvardo, Proceedings of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nagement Science, 1988. 
CEO가 걸리기 쉬운 5가지 병, 최병권, 주간경제, 2006. 8. 18.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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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모습이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위안해 보지만, 불황은 회사를 좌초시킬 위험성도 그만큼 높이기 때문에 CEO의 근심이 크다. 좋았던 시절 보다 더 많이 사업과 사람 챙기기에 매진해야 할 때이다. 위기 극복 CEO의 리더십을 살펴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던 월가 파생 상품의 거품이 꺼져버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미국 금융 시스템은 붕괴하고 말았다. 그 여파로 전 세계 금융 시장도 아수라장이 됐다. 우리 국민들도 삽시간에 반 토막 난 KOSPI 지수를 목격하며, 충격에 휩싸였던 지난 가을의 기억이 선명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금융 시장의 공포감은 다소 진정됐지만, 실물 경기의 침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소비 위축과 부실 기업의 도산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짙게 드리워진 글로벌 경제 불황의 그늘이 쉽게 가실 것 같지 않다. 
  
짙어만 가는 불황의 그늘 
 
금번 글로벌 경제 위기는 우리 경제는 물론 기업 경영에도 부담 요인이다. 그 만큼 우리 기업의 해외 수출 의존도가 큰 탓이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각종 경제 전망 수치들은 암울함만을 더한다. 일례로 지난해 말 국제금융연합회(IIF)는 ‘2009년 세계 경제가 5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0.4%)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아울러 국내 경제 전망을 내놓는 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금년 우리의 경제성장률도 2%대 또는 그 아래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도 점친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뒷걸음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기업도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 질 수 있다.  
  
한파 속 기업의 행보 무겁기만 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해를 맞는 기업의 표정이 어둡다. 최근 경총이 국내 188개사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그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7%가 ‘우리 경제는 현재 극심한 경기 침체 국면이다’라고 답했다. 또 절반 가량(49%)은 ‘지난 IMF 외환위기 때보다 기업의 어려움이 크다’고 응답했다. 실제로도 우리 기업의 수출 둔화세가 뚜렷하다. 그 동안 순조롭게 성장하며 내실을 다져온 기업조차도 소비 위축으로 인한 급격한 매출 감소를 실감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금 흐름마저 급격히 나빠지는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인지 기업 경영자나 실무자들은 자금 여력이 있어도 내년도 사업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이다. 이미 세워두었던 투자 계획까지도 취소해야 하나 망설여진다. 심지어는 “그나마 여건이 좋은 기업은 몸이라도 사리면 그만이다. 허나 이미 도산 위험에 놓인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라며 무거운 마음을 표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위기가 따로 없는 것 같다. 
  
CEO의 진가를 시험 받는 무대 
 
이 같은 위기의 시대를 흔히 난세(亂世)라고 한다. 난세에는 잘 나가던 기업이나 그렇지 못한 기업 모두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최고 수장인 CEO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CEO들은 좌불안석으로 하루 하루를 맞이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때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해 보지만, 불황은 회사를 좌초시킬 위험성도 그만큼 높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서게 된다.   
그렇다고 새해를 맞는 CEO들이 걱정만할 수 없는 노릇. 불황의 한파가 더 거세지기 전에 위기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 꼭 유념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위기의 시대에는 시스템적인 요소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경영 환경에서는 시스템만으로도 별 사고 없이 잘 돌아갔지만, 지금과 같은 불안한 위기 속에서는 언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재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말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이것이 지금의 위기 상황 속에서 CEO의 리더십에 거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이다.  
따라서 2009년은 기업 CEO들이 자신의 진가(眞價)를 시험 받는 무대가 될 것 같다. 좋았던 시절보다 더 많이 사업을 챙기고 조직과 사람 돌보기에 매진해야 한다.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리더십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CEO는 어떤 모습일까?  
불황 극복 CEO의 리더십 포인트 7

  
불황 극복 CEO의 리더십 포인트 7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흔히 난세에 적합한 리더로 ‘변혁적 리더(Transformational Leader)’를 꼽는다. 이미 1978년도부터 이 개념을 소개한 바 있는 제임스 번스(James M. Burns) 교수는 “변혁적 리더는 비전을 향해 구성원들의 의식과 가치관, 태도를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카리스마적인 특성’과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 관심’ 그리고 ‘구성원에 대한 끊임 없는 지적 자극과 격려’ 등이 남다르다. 이러한 특징이야말로 변화와 위기로 가득한 현대 조직의 리더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라고 말한다. 
 
실제 불황기에 위기를 돌파한 리더들의 다양한 사례와 진면목 속에도 이와 비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두려움을 다스리는 용기’, ‘흔들림 없는 소신’, ‘희망의 불씨가 되는 진정성’, ‘무난함에 대한 경계심’, ‘사소함에 대한 관심’, ‘바닥을 두루 살피는 소통’, ‘용맹정진의 초심’ 등이 바로 그것이다(<그림> 참조). 이하에서는 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본다.  
  
1. 두려움을 다스리는 용기
 
  
불황기에는 모두가 두려운 마음을 갖기 마련이다. CEO에게는 ‘이러다 부도가 나는 것은 아닐까?’라는 염려를,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혹시 실직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문제는 두려움의 전염성이다. 특히 CEO에게서 보이는 두려운 기색은 일파만파로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CEO가 직원들에게 두려움이 전염되지 않게 하려고 과장된 행동을 하거나, 근거는 없는 기대감을 심어주려 해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이 적다거나 두려움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아니라, 두려움을 지배할 줄 아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CEO들은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생각하며 자신을 되돌아 보면 좋겠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 이후 8년간 포로로 잡혀 있으면서 생존한 미국의 3성 장군이다. 20회가 넘는 심한 고문을 겪는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부하들의 정신적·실질적 리더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가 수많은 포로들이 죽어가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배경이 흥미롭다. 그는 크리스마스 전에는 풀려나겠지라는 식의 낙관적 태도가 처참한 포로 생활을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모호한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실망과 절망으로 바뀌고, 결국 삶에 대한 미련마저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스톡데일은 계속되는 고문 속에서도 언젠가 가족의 품에 돌아가서 이런 현실을 회고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란 확고한 믿음만을 간직했다. 끔찍한 현실만을 직시하며 고스란히 그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두려움을 다스리는 스톡데일의 지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거짓된 낙관주의보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 보자’는 메시지로 부하들을 독려했다. 
  
2. 흔들림 없는 소신
 
  
위기에 빠진 닛산社를 회생시킨 카를로스 곤은 회사가 극심한 위기에 빠졌을 때 냉철한 현실인식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한 CEO로 유명하다. ‘버릴 것은 철저히 버린다’며 어려운 구조조정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진가는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표면적 이유보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였던 그의 소신과 어려운 현실을 정면으로 돌파했던 용기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닛산과 같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에게는 구조조정이란 카드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평소에는 인재와 구성원의 소중함을 외치던 회사들이 조금만 어려워지면 쉽사리 정리해고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소신도 없이 ‘남들이 하니까’라든지, ‘줄이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절대 금물이다. 소탐대실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불황을 대하는 CEO들은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일본전산社의 성공 신화를 만든 CEO 나가모리 시케노부는 “평상시 직원들에게 일하라고 호통치지 않는 CEO! 직원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공부시켜 경쟁력을 갖추게 해주지 않는 CEO! 이들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은근슬쩍 ‘정리해고’ 카드나 내미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은 CEO 자격이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소신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 여유가 있을 때는 기회도 많으니 적당히 하면서도 살 수 있다. 하지만 불황에는 그럴 여유가 없다. 인재는 어려울 때 더욱 힘을 발휘한다. 어렵다고 함께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사람을 움직이고, 그 사람들은 또 자신을 움직여서 회사를 살려야 한다. 스피드가 5할이고, 중노동이라 할 만큼의 노력이 3할이다. 능력은 1할 5푼, 학력은 고작 3푼이다" 이것이 10년 불황에도 10배의 성장을 이룬 일본전산社의 불황 돌파 비결이다. 
  
3. 희망의 불씨가 되는 진정성
 
  
불황 극복을 위해서는 CEO의 흔들림 없는 소신도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그 안에는 꼭 진정성이 녹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희망의 불씨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CEO가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해야만 희망이 싹틀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이것이 잘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고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거창한 비전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때로는 구성원들이 경영진의 말장난이란 냉소적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오히려 구성원들은 CEO의 진정성에서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곤 한다. 진정성은 구성원의 마음을 얻고 희망을 심어주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무조건 ‘너부터 졸라매라’라는 식이 아니라, CEO가 ‘나부터 졸라매겠다’라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이를 실천할 때야 비로소 구성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위기 극복의 신,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위기 극복의 神이라고 하는 파나소닉社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보라. 그는 23살에 회사를 창업해 94세에 사망할 때까지 70여 년간 그만의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불황을 극복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1929년 대공황기에 회사는 매출 급감과 쌓여만 가는 재고로 위기에 직면했다. 한 회사 간부가 “종업원을 반으로 줄여야 합니다”라고 하자, 당시 병상에 누워있던 고노스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장래에 마쓰시타를 더욱 키우려고 한다. 때문에 한 사람도 해고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회사는 생산을 반으로 줄이고, 반일 근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직원의 월급은 전액 지급하는 대신 휴일에도 전 사원이 재고품을 팔기로 한다. 모두가 함께 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2개월 후 재고는 모두 처리되었고, 직원들의 사기는 충만해졌다. CEO의 진정성이 직원들의 마음을 얻은 결과이다. 그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이뿐만이 아니다. 동경올림픽 이후 과잉설비, 수요정체, 판매부진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회사는 또 한번의 위기를 맞았다. 이때 고노스케는 아타미 호텔에서 영업점 사장들을 모아 놓고 모든 불만 사항을 경청한다. 고노스케는 지금의 위기가 회사가 소매점들에게 밀어내기식 영업을 해온 결과라는 것을 확인한다. 간부진과 3일간의 열띤 토론 끝에 고노스케는 소매점으로 넘긴 제품을 전량 회수해 회사가 직접 관리하며 소매점이 현금으로 대금 지불시 판매장려금까지 지급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회사는 2년에 걸쳐 300억 엔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고노스케는 이를 감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1년도 지나지 않아 회사는 구성원들이 앞장선 경비절감 등의 효과에 힘입어 손실이 아닌 이익을 기록한다.  
  
4. 무난함에 대한 경계심
 
  
호황기에는 사업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핵심역량을 발굴하고 이에 집중하기보다 주주나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요구에 휩쓸려 사업을 확장하기에 바쁠 수 있다. 좋은 시절이다 보니 어중간하고 무난한 리더십만으로도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불황의 위기 앞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CEO에게 무난함은 독(毒)일지 모른다. 위기 상황일수록 이를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기업은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난함의 함정에서 벗어나 보다 빠른 결단력과 일관된 실행력으로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모토로라社의 사례는 이에 대해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당사는 1983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발명하는 등 휴대폰 업계의 선두주자였다. 그런데 2000년 당시 CEO였던 크리스토퍼 갤빈은 PC사업, 메인 프레임 컴퓨터, 인공위성 사업 등 여러 분야에 역량을 분산시킨 바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휴대폰 시장의 위기 속에서 때마침 휴대폰의 디지털 전환이 늦어졌고, 이는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노키아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2003년 갤빈은 해임되고 만다. 평소 그의 무난한 리더십은 호황기에는 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위기 상황 속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위기가 느껴질 때라도 빠른 의사결정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았어야 하는데 그것이 힘들었던 탓이다. 
  
5. 사소함에 대한 관심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창조적 영감을 자극해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CEO들이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창의성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社의 빌 게이츠나 애플社의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다. 사실 이를 모르는 CEO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이들과 똑같이 행동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의외로 반전의 기회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곳에 깃들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 면도날을 갈아야 하는 불편함처럼 사소한 문제가 킹 질레트(King Gillette)에게 일회용 면도기를 개발하게 했다. 위기의 시대에는 이를 관심있게 바라보고 활용할 줄 아는 CEO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
을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CEO들도 기존의 관행과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게 사고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무언가 대단한 것만이 창조적 영감을 자극하고 반전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사소함 속에서도 ‘안 되는 일’보다 ‘되는 일’을 찾으려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  

예컨대, 일본의 하나마나 소시지社의 흥미로운 사례를 한번 들여다 보자. 잘 알려진 기업은 아니지만 이 회사는 우연한 기회를 살려 80년대 중반 일본의 불황기를 견뎌낸 대표적인 기업이다. 당시 회사는 매출이 급감하며 곤경에 처하자, 궁여지책으로 대대적인 가격세일을 펼쳤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속이 타던 사장이 하루는 공장을 돌아보다가 부러진 소시지를 재가공하는 공정을 목격하였다. 조금은 내키지 않았지만 사장은 “그것 말이야, 그냥 팔지. 가격도 많이 내렸는데…”하고 부러진 것들도 그냥 포장해서 팔도록 지시한다. 며칠이 지나자, 의외로 부러진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게 나타났다. ‘싼 이유가 부러진 것 때문이라면,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소비심리가 제품 판매를 부추긴 것이다. 우연한 발상으로 회생의 기회를 맞이한 사장은 오히려 “다 부러뜨려라!”라고 외쳤다고 한다.  
  
6. 바닥을 두루 살피는 소통
 
  
9·11테러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는 재앙 속에서 직원들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 따르면, “많은 리더들이 위기에 직면하면 몸을 사리게 된다. 잃지 않으려는 심리 탓이다. 그런데 인명 구조와 잔해 해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장 대원들과 긴밀히 의사소통하며, 이들을 격려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위기 상황일수록 현장에서는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장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통이 부족한 조직만큼 위험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켄터 교수는 “기업이 위기에 놓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은닉, 비난, 회피, 무기력증과 같은 조직 병리 현상(Organizational Pathology)들이다. 이는 회사의 조직문화를 망쳐 다시는 회생하기 어려운 길로 이끈다”라고도 경고한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소통이다. 특히, CEO가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그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Mach3라는 블록버스터급 제품들에 힘입어 성장가도를 달려오던 질레트社도 2000년대 초반 조직 병리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매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자 소매상들에게 분기 마지막 날이면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재고를 밀어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그런데 회사의 구성원들이 이러한 문제를 감추며 책임을 회피했던 것이 회사의 어려움을 키우게 했다. 사실상 현장 가까이에 있지 않는 CEO들이 이러한 문제를 좀처럼 알아채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그게 문제였구나!’라고 뒤늦은 후회를 할 뿐이다. 그런데 2001년 2월 짐 킬츠라는 새로운 CEO를 맞이하면서 회사는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취했던 행동은 조직 전반에 원활한 소통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그는 모든 임원과 직원들을 만나 본인이 손수 만든 ‘My Style’이라는 보고 장표로 자신을 소개했다. 몇 달 전부터 외부인의 시각에서 질레트의 강약점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구성원들과 진솔하게 대화하였다. 그리고 주간 스텝 미팅, 주간 글로벌 경영자들과의 사업 리뷰 미팅, 분기별 경영층과의 이틀짜리 오프 사이트 미팅, 사내 인트라넷에 CEO 홈페이지 개설 등을 통해 현장과의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홈페이지의 경우, 모든 직원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올리면 CEO가 직접 답변을 해주었다. 사실 킬츠가 더욱 신경 썼던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양보다 질이었다. 투명한 대화로 숨겨진 사실들을 노출시키는데 주력했다는 얘기다. 과거 실수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기보다 문제의 원인을 깊이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해결책 마련에 집중했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위기 돌파의 묘책을 구상한 것이다. 이것이 질레트의 악순환 고리를 끊은 계기로 작용했다고 한다. 
 
불황일수록 민심은 흉흉해지고 얼어붙기 마련이다. 질레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평소 CEO가 구성원들과 얼마나 친밀하게 소통해 왔는지가 중요하다. 현장 속 깊이 들어가 바닥을 두루 살피며 문제 해결을 게을리한 CEO라면 지금부터라도 위축된 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직원들과의 소통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7. 용맹정진의 초심
 
  
사실 CEO는 경쟁사를 이기고 고객, 종업원, 주주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뇌하며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사람이다. 그 와중에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이 때 일이 순순히 잘 풀리면 좋겠지만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더 많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는 문득 ‘언제까지 이렇게 뛰어야 하나’, ‘내가 무엇을 바라고 이 일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처럼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진 상황에서는 적지 않은 CEO들이 좌절을 하거나 깊은 회의 또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 불교에서 말하는 초심(初心)은 CEO들에게 혜안을 줄 것이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에 이르겠다’는 첫 마음을 초심이라고 한다. 첫 마음만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반드시 도를 깨친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이 첫 마음이 차츰 퇴색하게 마련이어서 수행 과정에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 한다.  
 
어찌 보면 위기를 대하는 CEO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초심으로 일관하는 작은 마음가짐 하나가 ‘불황을 극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파나소닉의 창업자 고노스케는 위기때 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을 자주했다. 리더십의 대가 로버트 퀸 박사도 “위대한 리더는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자신이 보유한 근본적인 리더십 상태(Fundamental State of Leadership)를 점검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CEO들이 처음 그 자리를 맡았던 초심의 상태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닐까. 따라서 요즘 CEO의 가슴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어떠한 시련도 극복하겠다는 ‘용맹정진(勇猛精進)’의 초심이 깊이 새겨져 있길 기원한다.  <끝>
(LGERI, 2009. 1. 5. 김현기)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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