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의 잡 카운슬링(counseling)은 학생 독자의 신청으로 대학내일 편집진의 사연 선정에 따라 직접 대면상담을 통해 상담과 코칭을 진행합니다. 아래 기사는 H 학생과 저의 상담 장면을 녹취 후 대학내일의 정문정 기자가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서형준 주)


H 학생의 Question

저는 게으른 잉여인간입니다.

J대 의류학과 2학년 H(남. 21)입니다. 저는 너무 나태합니다. 소심하고 개인주의적이기까지 합니다. 부모님은 이런 저를 혼내시며 "남들은 눈에 불을 켜고 사는데 너는 행동이 너무 느리다. 남들은 잠도 하루에 네 시간 잔다"고 하십니다. 저도 이런 제가 싫어서 고쳐보려 했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도 알고요,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에 새벽 6시에 일어납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저는 학교 공부만 하기에도 벅찹니다. 의류학과라 과제가 많아서 그것들을 다 하고 나면 밤이 됩니다.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자기 바쁘고요. 이러다 공모전은 언제하고, 인턴은 언제 할까 싶습니다.
사실 이것들은 다 핑계이고 제가 게을러서 그렇겠지요. 어려움을 이겨내고 스펙을 쌓아야 하는데 몸이 힘들다고 그냥 다음에 하지 뭐, 하고 넘어가버리는 제가 문제인 거지요. 스스로에게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서형준 코치의 Answer

자학입니다. 그만하세요.

게으른 거 아닙니다. 늦게까지 과제를 하다보면 힘이들고 피곤해서 집에 오면 쉬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겁니다. 오히려 별문제가 아닐 수 있는 일에 너무 갈등하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면 그 중에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 순으로 리스트를 써서, 순서대로 실행하면 됩니다. 하고 싶은 것이 여러 가지라서 고민이라면 종이에 세 개의 원(재미, 의미, 강점 :  서형준 주)을 그려서 그 안에 나의 흥미와 강점,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각각 적은 후 중첩되는 사항을 찾아 매진하십시오.
학생의 경우는 더 이상 자신을 돌아세우지 않는 것이 우선이겠습니다.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 문제니까요. 만 스무 살밖에 안됐으면서 이뤄놓은 것이 없다고 좌절하는 것은 이성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세요. 그 나이에 무언가를 확실하게 거머쥐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부모가 아주 큰 부자라서 상속받을 것이 많은 사람 정도라면 모를까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명문대 학생은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 친구들도 미래에 대해 자신없어하고 고민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 나이에는 대부분 비슷한 위치에 있는데도 자신만 혼자 뒤쳐져 있다고 인식하지 마세요. 지금은 도전도하고 상처도 받는 시기입니다.

성공하고 싶나요? 긍정부터 하세요.
세상이 우리를 압박하지요. 진로를 빨리 선택해야 한다고 하고, 어른들은 이 직업은 좋다 나쁘다 옆에서 끊임없이 간섭합니다. 그런 말들에 집중하면 자기 생각은 없어지고 혼란만 남습니다. 진로를 빨리 선택하는 것에도 물론 장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나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히 결정하는데서 오는 부작용이 더 많습니다. 너무 초조해하기 말고 자신을 격려하십시오.
OO 학생은 야망은 큰데 현실이 그에 따라주지 않아서 괴리를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감이 있어서 실패의 경험에도 자신을 믿고 꿋꿋이 나가는 성향이 있습니다. 학생처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작은 실패에서 지치고 좌절해 일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말로 출세하고 싶으면 생각부터 긍정적으로 하셔야겠습니다.

부모님과 더 싸우시길
이야기를 나눠보니 학생이 이렇게 자신을 비하하는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부모님에게 계속 부정적인 평가를 받다 보니 스스로 정말 그런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자신있게 그렇지 않다고도 말할 수 없는 상태인 겁니다. 부모님은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꾸 꾸중을 하시는 것이지만 그것이 본인의 성장을 막고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단호히 거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는 부모의 지나친 개입에 대한 거부를 청소년기에 해야 하지만 요즘 세대는 경제적 독립뿐 아니라 정신적 독립도 늦게 하는 경우가 많지요. 부모님과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는 조언이기는 한데,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뜻한 바대로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학내일 515호 2010. 5.17 ~ 5. 23)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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